대출잔액 10조↑...주담대만 9조↑
관리 목표치 초과...대출 더 조여
2금융권 이동 등 풍선효과 우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조원가량 불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가계빚 관리를 위해 아예 대출 문을 속속 걸어잠그고 나섰다. 사실상 이달을 기점으로 담보나 신용이 충분해도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1.34%)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편제된 지난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관련기사 4면

올해 월별 가계대출 증가폭은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 7월 7조1660억원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증가액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같은 기간 559조7501억원에서 568조6616억원으로 8조9115억원(1.59%) 늘었다.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 주담대 규제에 따른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지난 두 달간 하락세를 기록하던 신용대출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7월 말 102조6068억원에서 8월 말 103조4562억원으로 8494억원(0.83%)가량 늘었다. 이 역시 지난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전세대출 역시 같은 기간 2121억원(7월 말 118조6241억원, 8월 말 118조8362억원) 늘었다. 5월 이후 넉 달 연속 증가세다. 집단대출 잔액은 161조8359억원으로 전월 말(161조8591억원) 대비 232억원 감소했다.

이미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겨버린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일부 시중은행 내부에서는 이달부터 사실상 신규 주담대를 취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이날부터 무주택자만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도 오는 9일부터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등 추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타행 주담대 대환도 제한하는 등 추가 조치도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대출수요 차단을 위해 대출금리 인상 등에 나서 차주들의 전반적인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잔액 기준)는 3.75%로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주요 은행들의 주담대 문 넘기가 어려워지면서, 2금융권 등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최저 3%대에 형성돼 있는 보험사 등에는 현재 집을 담보로 대출받으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금리가 낮게 형성된 지방은행 등에도 대출 수요가 몰리며, 업무 마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광우·강승연·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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