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급등...거래량도 2배 폭증
삼바 이어 두 번째 비싼 종목 등극
최 회장 공개매수 금액 상향 변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좌)과 장형진 영풍 고문

고려아연 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거래량이 2배 폭증하며 단기 급등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마무리됐지만 아직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기간이 남은 만큼 주가 변동 우려도 여전하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올 들어 63.17% 올랐다. 한 주당 48만6000원이던 주가는 전날 79만3000원에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9월 이전 최고가는 54만7000원(8월29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전격적인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12일 이전부터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0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 기간(1차)에만 38.94% 상승했다.

경영권을 수성하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는 2차 급등세를 탔다. 이달 2일 최 회장 측이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를 추진하자 60만원대로 꺾였던 주가는 하루만에 3.63% 오르며 71만3000원에 마감했다. 다음 거래일(4일)에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가(직전 75만원)를 83만원으로 동일하게 맞추면서 공개매수가 경쟁이 붙었고 이날 하루에만 주가는 8.84%(올해 최대치) 상승했다. 다음날까지 3거래일 동안 주가는 13.37% 급등했다.

주당 가격이 비싸 낮았던 거래량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폭증했다. 지난 8월말까지 누적 거래량(654만3923주)은 국내 상장사(2746개) 중 하위 23%였다. 그러나 전날 기준 거래량은 8월 말 대비 2배(1317만2155주)로 급등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으로 단숨에 국내 증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두 번째 비싼 종목에 올랐다. 지난달 13일 기점으로 직전 2위였던 태광산업을 넘어섰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다. 아연·연·동·은 등 기초 원자재를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자·전기, 철강 등 주요 산업에 공급한다. 매출의 31%(상반기 기준) 차지하는 주력제품인 아연은 철강재 보호피막이나 강관, 강판, 철선·철구조물 등 소재에 도금용으로 사용된다. 연은 대부분 배터리 제조용으로 쓰인다.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전해동박을 생산하는 케이잼과 비철금속을 수출입하는 서린상사, 자원산업을 영위하는 스틸싸이클 등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비철금속 및 귀금속 가격 상승과 제련수수료(TC) 하락 등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3조582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268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73% 올랐다. 자회사 합산 영업이익(114억원)도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고려아연은 공정 합리화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와 가동률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금리인하는 원자재 가운데 특히 귀금속 가격 측면에 유리하다.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이 증시 부양책을 내걸면서 비철금속 등 원자재 상승세 기대감도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경제가)장기적으로는 비관적이더라도 단기 사이클 측면에서 중국의 완화적 스탠스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수요를 지켜줄 열쇠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보험성 금리 인하와 중국의 추가 부양이라는 유동성 사이클 속에서 원자재는 나쁠 이유가 없다”고 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9.2%(3조1926억원), 65.3%(2652억원) 증가가 예상된다. 4분기 전망도 청신호다. 4분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3.6%(3조2249억원), 34%(2653억원)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23일까지다. 영풍·MBK 측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약 5.3%를 확보하면서, 당초 계획(최대20%)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회장 측이 ‘백기사’인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금액을 올리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남았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분쟁 매듭 후 단기 변동성에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유동현·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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