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들 두달 넘게 머뭇머뭇
일부 구청에서는 현금청산자들 면담 요청도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서울시가 신속통합 후보지 권리산정 기준일을 완화하겠다고 각 구청에 통보한지 두달이 넘도록 대부분의 구청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불안한 지위에 놓인 일부 현금청산 대상자들은 집단행동에까지 나섰다.
14일 서울시청과 각 구청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7월 초 각 구청들에 공문을 보내 기존 현금청산 대상자들 각자의 사정을 파악해 권리산정기준일을 조정해 달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공문에 “소규모 건설업자 및 수분양자 중 선의의 피해, 규제의 과도함 등으로 민원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신통)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재개발을 통한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선별적으로 기준일을 조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권리산정기준일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에 따라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지역에서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산정하는 기준시점이다.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정비구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의 소유자는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된다.
신속통합 후보지 신축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권리산정일 다음 날까지 ‘사용승인’ 즉 준공을 받아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도입한 소규모 정비사업 모아타운은 권리산정일 까지 ‘착공’을 받아야하는 상황이어서 신통기획과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시의 이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각 구청들은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서울시에 기준일을 조정해 제출한 곳은 이날까지 강북구 단 한곳이 전부인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전날 광진구청에는 자양4동 신통기획 현금청산 대상자 30여명이 단체로 구청을 찾아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자양4동은 지난 2022년 12월 30일 2차 후보지로 선정되며 권리산정기준일을 2022년 1월 28일로 소급적용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40대 남성 A씨는 “신통기획 얘기가 나오기도 전인 2020년 말 선분양을 받은 투룸이 건축허가만 마치고 착공이 늦어져 2022년 7월에 준공되며 현금청산 대상이 됐다”면서 “아파트를 살돈이 없어 빌라를 장만한 것인데 여기서도 쫓겨나게 생겼다”고 했다.
구청들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아직 조정 대상자 선별을 하지 못한 한 구청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기존 소유주들과 현금청산 대상자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다보니 결정내리기 쉽지 않다”면서 “차라리 서울시에서 모아타운 처럼 명확한 기준일을 정해주는게 결정 후에도 주민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명확하다. 구청들이 자체 조사에 나서 사안을 꼼꼼히 살피라는 취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만해도 집값이 크게 오르고 정비사업 활성화 취지를 반영해 권리산정기준일을 강력히 규제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다만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소규모 빌라 건설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해있고, 투기와 무관한 현금청산 대상자들이 있다. 각 대상자들의 전후사정을 면밀히 살핀다면 구청에서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