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백도 매장이 붐비고 있다. 전새날 기자 |
[헤럴드경제=전새날·정석준 기자] “중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 것 같아요. 판다 그림부터 (매장) 곳곳에 적힌 중국어까지 온통 중국풍이니까요. 홍대 거리가 점점 작은 중국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지하철역부터 이어진 홍대 거리 일대에는 중국 프랜차이즈들이 속속 입점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99밀크티’, ‘미쉐’ 등 밀크티 브랜드부터 ‘하이디라오’, ‘반티엔야오 카오위’ 같은 마라 전문점까지 다양한 중국 프랜차이즈 매장들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홍대에 새롭게 깃발을 꽂은 중국 유명 티 브랜드 ‘헤이티(HEY TEA)’ 매장 앞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양손에 면세점 쇼핑백을 든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매장 안에서는 영어부터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렸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차백도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료. 전새날 기자 |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중국 밀크티 전문점 헤이티 매장이 붐비고 있다. 전새날 기자 |
헤이티에서 약 200m 거리에 자리 잡은 중국 밀크티 프랜차이즈 차백도(茶百道). 올해 한국에 상륙한 차백도는 홍대에 서울 내 세 번째 지점을 열었다. 매장 앞은 외부에 마련된 간이 의자까지 주문 대기 고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근 직장인 B씨는 “중국 프랜차이즈인지 아닌지가 매장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라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해외에 많이 진출해 잘 되고 있는데 중국도 충분히 한국에 매장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매장에 방문한 직장인 C씨는 “(차백도가) 생기기 전에는 공차만 가다가 이제는 여기로만 온다”며 “더 깔끔하고 맛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간 방문했던 대부분의 (중국 밀크티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이 중국인이었는데 한국어가 어눌해 소통이 잘 안돼서 답답했다”며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더라도 메뉴를 바꾸려면 직접 대화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중국 마라 전골 전문점 반티엔야오 카오위 매장. 전새날 기자 |
반면 우려를 내비치는 소비자도 있었다. 직장인 조예원(30)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자영업자들도 폐업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며 “한국 브랜드는 점점 사라지고 저렴한 중국 브랜드로 전부 대체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김수인(31)씨도 “마라나 찻잎 등 중국 식재료를 활용하는 브랜드들은 꺼리게 된다”며 “위생 문제가 있었던 사례를 떠올려보면 중국산 식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것은 프랜차이즈뿐만이 아니다. 중국산 쌀과자 수입량은 지난해 5754톤으로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산 빵과 라면도 각각 3133톤, 1984톤으로 수입 신기록을 썼다.
수요가 늘면서 대란이 일어난 제품도 있다. 실제로 최근 인기를 끌었던 ‘밀크 클래식 쌀과자’는 웃돈을 주고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중국 기업 ‘허난 하오이 푸드(Henan Haoyi)’이 만든다. 하지만 겉봉지에는 ‘쌀과자’, ‘입안에서 사르르’ ‘Chef Kim(셰프 킴)’ 등 마치 한국어와 한국인을 연상케 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쌀과자 제품. 전새날 기자 |
대학생 김하은(22)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맛있다고 유명한 과자라 구매해 먹어봤다”며 “포장지에 적힌 제조사까지 자세히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중국 과자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예빈(21)씨도 “탕후루 가게,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세계 과자점 등을 통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 것 같다”며 “대부분 값이 저렴하고 맛이 특이해 보여 호기심에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중국산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된다.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식품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식품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며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국내로의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일반 식품과 달리 중국 프랜차이즈가 한국에 직진출해 매장을 늘려나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법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중국 프랜차이즈가 한국에 직진출한 사례는 아직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가맹점을 늘리려고 해도 고려해야 할 규제가 많아 당장 국내 브랜드와 경쟁 구도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