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송재성 과기정통부 정책기획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연구개발(R&D) 예산 나눠먹기’ 논란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타파’ 및 R&D 예산 나눠먹기 발언 이후 나눠먹기·비효율 R&D 예산을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전해보다 5조2000억원(16.6%) 삭감한 예산안을 내놨다가 연구 현장 반발을 산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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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위원들은 지난해 R&D 예산을 급격히 삭감해 과학계 사기 위축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를 두고 시작부터 진통을 있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가 후보자가 장남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청문회 직전 제출한 가운데, 야당이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또한 유 후보자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위해 초기에는 AI 기본법 등 진흥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후보자는 8일 오전부터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R&D 예산 삭감으로 부작용도 많이 늘고 있다’는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비효율 제거는 새 정부가 들어와 당연히 해야 되는 부분인데, 소통이 부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이 있다”며 “관련 예산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효율적인 R&D 예산 관리 방안’을 묻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선진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를 했을 때 관리를 포함해 국가 R&D 예산 유용 등 문제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 예산이 늘어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늘어야 한다고 본다”며 “추가 반영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각계 전문가들과 현장 연구자들과 적극 소통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R&D 예산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글로벌 R&D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우리가 경쟁하는 국가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이 대상이 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는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높은 수준의 국가들과 공동연구 추진하는 일이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며 “그런 시스템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대답했다.
유 후보자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 초기에는 AI 기본법 등 진흥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후보자는 ‘AI기본법’ 관련 질문에 “AI기본법 제정은 굉장히 시급하다”며 “AI 기술 발전은 국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과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다. 민간이 들어올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기본법의 경우 AI가 가져올 변화와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동반되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 발전 및 신뢰기반 조성에 대한 근거 법률 마련이 필요하다고 유 후보자가 서면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생성형 AI 단계까지 오며 우리도 집중 육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AI가 가지고 있는 윤리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요인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는 “여러 AI 연구주체가 산재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역량을 결집하는데 AI 연구주체가 산재해 있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도 “AI기본법이 여러 의원들 통해 제안돼있다. 장관 후보자는 AI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서면으로도 피력한 바 있다”며 “다만 육성이냐, 안전 측면이냐 하는 논란이 존재하는 만큼 시민단체나 국민 설득 문제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는 현재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 후보자는 “인공지능(AI), 첨단바이오 등 R&D는 시급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예년과 같은 예타 제도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R&D 예타 사업을 하면 착수까지 평균 2~3년이 걸린다”며 “경제성 평가를 위해 혁신적 연구를 못했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과기정통부 후보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냐”며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현장에 있을 때도 예타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항상 얘기됐다”며 “추구하는 R&D가 현 예타 방식과 맞지 않다. 이런 예타 단점은 해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 전면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폐지는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예타 제도를 폐지를 하든, 존속을 하든 중요한 건 국가 예산을 적절하게 R&D에 쓸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과학기술계에 있었던 입장에선 현 예타 제도가 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항상 존재했다”고 대답했다.
유 후보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은 수명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 단통법 폐지 후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단통법의 취지 및 목표가 달성됐냐고 묻자 유 후보자는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다. 단통법은 지원금 공시 및 이용자 차별을 금지한 법안으로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선택약정할인25% 등 요금 할인 또는 공시지원금을 통한 단말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박 의원은 “스마트폰 지원금이 감소해 가계통신비 인하에 장애물이 됐다”며 “월평균 가구당 통신비 지출이 13만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단통법은 수명을 다했다. 알뜰폰이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지만 선진국에 비해서 가격 인하 수준이 충분하진 않다. (단통법 폐지를 통해) 조금 더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단통법이 폐지되면 선택약정제도 25% 할인율이 감소할 수도 있다”며 “(할인율이) 기존보다 감소한다면 가계통신비 인하 취지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단통법을 폐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많은 혼란이 있다. “(단통법 폐지로) 단말기 가격 경쟁이 발생해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수 있지만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혼란은 (전기통신사업법 등) 다른 법에서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단통법을 유지해서 더 이상 (가계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 여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자녀의 병역기피 의혹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 미비로 파행 위기를 겪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유 후보자는 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자녀들이)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오전 예정보다 20분 늦게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유 후보자가 이날 인사청문회 10분 전 추가 자료 제출을 한 것을 두고 야당이 인사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점은 인사청문회를 무력화 또는 인사청문회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인사청문회 기간만 버티면 된다는 윤석열 정부의 가이드라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날 유 후보자의 자녀 위장전입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장·차남의 주소지를 강남 8학군으로 왜 옮겼느냐는 이훈기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유 후보자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생활로 장남이 사실 (학교생활) 적응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며 “둘째도 한국에서 적응 문제가 있어서 전학을 시킬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좋은 학교를 보낸다는 목적은 아니었고, 단지 환경을 바꿔야 해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면서도 위장전입 의혹에 사과했다.
유 후보자의 장남은 병역기피 의혹도 있는 상태다. 유 후보자 장남은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 통보를 받은 후 병역검사를 받았다. 이후 한 차례 재검사를 거쳐 질병을 이유로 현역면제(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유 후보자 측은 장남의 질병 사유에 대해 개인적인 신변 문제라며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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