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월 넉 달 간 지급할 구직급여 예산 부족 "추가 확보 불가피"
작년 1628억원 긴급수혈에 이어 올해까지 매년 빗나가는 \'경기 전망\'
내년 구직급여 예산 고작 27억 \'증액\'...최저임금 인상률 감안하면 \'감액\'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 붙은 실업급여 관련 안내문.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건설업을 중심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구직급여 예산이 회기 중에 바닥이 난 것은 작년에 이어 2년째다. 두 해 연속 회기 중에 예산이 동 났다는 것은 정부의 경기 전망이 2년 연속 빗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 구직급여 예산을 올해 대비 27억 증액하는 데 그쳤다. 최저임금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액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지급된 구직급여 지급액은 모두 8조537억원이다. 올해 정부가 구직급여 예산으로 편성한 예산 총액은 10조9144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73.8%를 8월까지 소진했다. 당장 9~12월 4개월 동안 지급할 수 있는 구직급여 예산 잔액은 2조8607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4개월 간 지난 7월과 8월처럼 월 구직급여 지급액이 1조원을 웃도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재정당국은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구직급여 예산이 도중에 바닥난 것은 올해 만이 아니다. 작년에도 고용부는 구직급여 예산으로 11조3072억원을 편성했지만, 3월(1조373억원), 5월(1조683억원), 6월(1조290억원), 8월(1조530억원) 등 지급액이 늘면서 1628억원을 회기 중에 충당한 바 있다. 구직급여는 정부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이다. 당초 예산보다 많은 지출이 발생할 경우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추가 예산을 확보해 지급해야 한다. 당국은 이를 이유로 예산 부족 가능성이 높은데도 ‘과소 편성’하고 있다.
실제 고용부는 올해에도 구직급여 예산의 조기소진으로 기금운용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고용부 관계자는 “금년엔 기금운영계획 변경을 해야 한다”면서 “사실 금년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비자발적 실업자가 매월 늘어나고 있고, 건설업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실업자 수는 작년 10월 이후 9개월 만에 반짝 감소했지만, 이에 앞서 2월(4.3%)부터 3월 (5.9%), 4월(6.9%), 5월(14.7%), 6월(16.9%) 등 5개월 연속 늘었다.
특히 건설업 경기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잇따라 좌초한 데다 신규 수주 가뭄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72.2였던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8월 3.0포인트 하락한 69.2를 기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에는 건설업 고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8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8만6000명 중 17.4%(1만5000명)는 건설업 종사자였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당국은 내년 구직급여 예산도 올해 정부안보다 27억원(0.02%) 늘린 10조9171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구직급여 예산을 27억원 이상 충당하면, 내년도 예산은 사실상 ‘감액’이다. 정부안을 기준으로 따져봐도, 최저임금을 감안하면 ‘감액’이란 지적이 나온다. 구직급여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해 지급한다. 내년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올해(9860원) 대비 상승률은 1.7%로 구직급여 예산 증가율(0.02%)를 크게 웃돈다.
구직급여 예산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지만,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구직급여 지급대상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등이 65세 이후 고용된 사람도 구직급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수급 연령을 제한한 것은 연령 차별이며, 경제활동을 하는 고령자들이 늘어나 이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