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비트코인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정화폐로 간주되지 않지만, 이를 주류 결제 수단으로 채택할 경우 해당 국가가 마주할 경제적 영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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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국가는 엘살바도르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두 곳뿐이다. 지난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공식 인정한 엘살바도르는 암호화폐 국고로 58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세계은행 그룹은 2021년 이후 엘살바도르의 경제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매크로 전략 투자자 린 앨든(Lyn Alden)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국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면 상당한 영향이 발생할 것이며, 그 중 일부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비트코인이 이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든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 사용되는 부채 기반 통화 시스템은 비트코인과 같은 건전한 통화(sound currency)와 양립할 수 없다. 그는 비트코인이 상품과 서비스 구매의 주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주식 기반으로 전환되는 등 금융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 전했다.
암호화폐 마켓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의 리서치 총괄 앨리스 리우(Alice Liu) 역시 주류 비트코인 채택이 현실화될 경우 다양한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임을 인정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경우 긍정적인 측면으로 금융 포용성 상승, 국경 간 거래 간소화, 결제 처리 비용 절감 등을 꼽았다.다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의 연간 30일 변동성이 약 50% 수준으로 여전히 큰 편이기 때문에 기업이 가격 및 재무 계획을 관리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 리우는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으며, 당선될 경우 비트코인이 미국의 준비 자산(통화 당국이 대외 결제를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리우는 "비트코인을 준비 자산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가 35조달러가 넘고, 효과적인 통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연방 준비 은행의 노력을 고려할 때 '리셋 메커니즘'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비트코인의 고정 공급은 화폐의 과잉 인쇄를 방지하여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조작을 방지하고, 세금 준수를 보장하며,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BDC [사진: 픽사베이]
한편 화폐와 금융 영역에서 또 다른 화두 중 하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다.
이는 한 국가의 법정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구현한 것으로, 중앙 집중식이며 해당 국가의 중앙 은행이 지원한다. 지난해 11월 CBDC 추적기를 공개한 인권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193개 정부 중 16개 정부만이 일반 대중에게 CBDC를 배포했으며, 39개만이 파일럿을 구축했고 64개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다.
가상화폐 금융서비스업체 스완비트코인의 스티븐 루브카(Steven Lubka)는 "비트코인이 먼저 일반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되지 않은 곳에서 구매를 위한 기본 통화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미국 달러를 계좌 단위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면 많은 마찰이 발생하여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말했다.
루브카에 따르면 현대 경제에서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또 다른 결제 수단이 있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형태의 담보 또는 가치 저장 수단을 제공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비트코인 채택과 그 혜택은 경로에 따라 극도로 달라지며, 가치 저장 수단 채택이 먼저 이루어져야 나중에 일상 통화로 인한 혜택을 실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