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자’ 공동창업 타일러·니디
“동물 캐릭터 활용 한글 재밌게 풀어”
출시 후 입소문으로 오리온과 협업
미국·일본등 문의 쇄도 해외진출도
한글과자 공동창업자 니디 아그르왈(왼쪽)과 타일러 라쉬가 최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한글의 자음과 모양을 본뜬 과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오리.’

핸드폰 화면에 한글 단어가 뜨자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ㄱ’부터 ‘ㅎ’까지 자음과 ‘ㅏ’부터 ‘ㅣ’까지 모음들 중 ‘ㅇ’, ‘ㅗ’, ‘ㄹ’, ‘ㅣ’를 가장 먼저 찾아 단어를 완성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 쓰이는 도구는 보드게임이나 장난감이 아니다. 다름 아닌 과자다.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 두 명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과자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한국과자’공동창업자인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인도 출신 방송인 니디 아그르왈을 만났다.

‘한글과자’는 한글의 자음과 모양을 각각 본뜬 비스킷류 과자다. 시중에 영어나 외국어를 활용한 과자는 있지만, 한글 제품은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타일러는 “리디와는 서로 아이디어를 수시로 공유하는 관계로, ‘이런 거 해보고 싶다’고 하면 바로 도전한다”며 “지난해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영어 교육 행사를 운영했는데 ‘놀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알파벳 과자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문득 한글 모양 과자는 못 본 것 같아 검색을 해보니 정말 없었다”며 “바로 니디에게 전화해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타일러와 니디는 ‘한글날’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다. 이들이 손으로 만든 한글과자는 그해 10월 9일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한글과자는 출시 직후 입소문을 탔다. 타일러와 니디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등에서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한글과자를 알렸다. 최근에는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국내 식품 제조업체인 오리온과 협업했다.

니디는 “출시 이후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라 마케팅을 할 때마다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맛을 보게 하려면 대량 제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오리온이 의미를 알아줘서 파트너 관계를 맺게 됐다”고 했다.

한글과자는 쑥과 마늘 두 가지 맛으로 판매하고 있다. 각 포장지에는 곰과 호랑이를 형상화한 캐릭터를 넣었다. 쑥, 마늘, 곰, 호랑이는 한국인의 뿌리 ‘단군신화’에 나오는 핵심 소재다.

니디는 “한글 과자를 만들 때 한글의 깊이감과 매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재미있게 풀어가고 싶었다”며 “장난을 치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동물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중에 한국적인 의미가 있는 캐릭터로 곰과 호랑이를 떠올리던 차에 마침 마늘맛 과자가 괜찮아서 단군신화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한글과자의 핵심 키워드를 ‘재미’와 ‘창의’, ‘마음 전하기’등 세 가지로 정했다. 단순히 먹거리나 교육용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한글과자를 통해 재미있게 소통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은 것이다. 타일러는 “삼각지 와인바에서 연 팝업에서 한글과자를 활용한 게임을 소개하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며 “행사가 끝났는데도 고객들이 안 가고 새벽 3시까지 한글과자로 게임을 하며 빨리 친해지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랑 소통하는 걸 되게 어색해하는데도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올해 한글날 주간에 맞춰 오프라인 팝업을 개최할 예정이다. 니디는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사우스시티, 그리고 김포 롯데 세 군데에서 팝업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고객을 겨냥해 삼각구도로 장소를 정했다”고 했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타일러는 “방송이나 SNS 등을 보고 해외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며 “미국과 일본이 제일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캐나다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과자는 100% 식물성으로 만든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것인데, 해외 진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타일러는 “인도만 해도 할랄 등 현지 식문화를 고려하면 동물성으로 만드는 순간 깐깐해진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도 우유가 들어가거나 하면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진다”며 “ESG에는 장점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한글과자 사업 법인의 이름은 ‘스윅’이다. 영어로 하면 ‘SWIG’이다. ‘See Where It Goes(어디로 가는지 한번 보자)’의 앞 글자들로 만든 단어다. 회사 이름처럼 두 사람은 재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타일러는 “한글과자는 우리가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며 “앞으로도 여러 시도를 하면서 잘 만들어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니디도 “과자 외에 한글과 관련해서 티셔츠나 키링 등 굿즈도 만들 계획”이라며 “스윅이 일반 과자 회사가 아니라 재밌는 회사라는 걸 알리기 위해 게임이나 콘텐츠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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