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다이닝 특성상 투자 쉽지 않아”
[넷플릭스 캡쳐]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저희 모수는 봄의 설렘이 다 멎기 전에, 새로운 장소에서 한결 더 새로워진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활약중인 안성재 셰프가 올해 1월 30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 안 셰프는 당초 6월 ‘모수 서울’의 재개점을 생각했으나 일정상 올해 겨울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셰프가 인기를 끌면서 새로 개장하게 될 ‘모수 서울’의 투자자도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안 셰프는 2015년 미국에서 ‘모수 샌프란시스코’를 오픈해 8개월 만에 미슐랭 가이드 1스타를 받았다. 2017년에는 CJ제일제당의 투자를 받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모수 서울’을 열었다. ‘모수 서울’은 2023년과 2024년에는 미슐랭 최고등급인 별 3개를 획득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과 안 셰프가 파트너십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1월을 끝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모수 서울’ 운영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풀무원과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이 가능성 있는 투자자로 거론됐다. 특히 흑백요리사에 풀무원이 협찬이 알려지면서 ‘풀무원 투자설’이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풀무원과 대상 관계자는 “모수에 대한 투자를 검토한 적도 없고 안 셰프 측을 컨택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업계는 식품 대기업이 모수와 같은 식당에 투자자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파인다이닝의 특성상 높은 이익률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파인다이닝은 셰프가 시기에 맞는 제철 재료를 통해 창의적으로 개발한 요리를 코스별로 내놓는 식당이다.
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파인다이닝의 경우 들어가는 재료나 인건비 등은 비싼 반면 회전율은 높지 않아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실적이 좋지 않은 상장 기업의 경우 파인다이닝 투자시 주주의 항의가 들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 셰프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대기업이 아닌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제가 원하는 것들을 반영해 새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 셰프가 언급한 ‘새로운 파트너’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슐랭 스타를 받은 파인다이닝의 경우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려다 원가가 더욱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런던대 경영학과 대니얼 샌즈 교수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에 개업한 식당을 조사한 결과, 미슐랭 스타를 새롭게 받은 식당 10개 중 4개꼴인 40%가 폐업했다. 샌즈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슐랭 스타를 새롭게 받은 식당은 구글에서 평균 검색량이 3분의 1가량 증가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료비가 올라가고 요리사 역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경영 구조가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국에서 미슐랭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가온’ 역시 재정상황이 악화돼 지난해 결국 폐업했다. 가온은 ‘랍스터 떡볶이’ 등 고급 재료를 활용하며 한식 고급화와 세계화를 표방하던 모던 한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