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 포지션·TDF와 경쟁 열세
은행·보험사, 판매사 참여 안해
14개사 운용설정액 평균 1.5억

디딤펀드가 출발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신규 상품의 가입 금액이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하면서다.

판매사로 나서지 않은 은행, 보험사의 참여를 위해 금융투자협회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퇴직연금 실물이전’ 전면 시행에 따른 업계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 속에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승인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은 난제로 꼽힌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디딤펀드 출범에 맞춰 신규 펀드를 출시한 운용사 14곳의 지난달 25일부터 17일까지 디딤펀드 운용설정액은 총 221억5500만원이다.

여기서 흥국자산운용이 모그룹 계열사로부터 끌어온 초기 설정 자금 200억원을 제외하면 14거래일 간 자산운용사 14곳의 디딤펀드 운용설정액은 21억5500만원으로 크게 감소한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서유석 회장의 의지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들이 디딤펀드 상품 출시를 위해 역량을 집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긴 힘들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도 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디딤펀드는 장기 연금투자의 효과적인 방법인 자산 배분 펀드 중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밸런스드 펀드(BF)’ 유형의 업계 공동 브랜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디딤펀드 구상 단계에서부터 기존 상품과 차별화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50% 미만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는 조건이 있는 데다, 주식·채권 등 자산 배분 비중을 일정하게 들고 가는 상품이 이미 많았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수익률 경쟁에서도 디딤펀드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TDF 평균 수익률은 10.79%에 이른다. 지난 201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8.1%로, 지난 2022년(-14.8%)을 제외하면 매년 업계가 제시한 디딤펀드 예상 수익률 4~6%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라이프·은퇴 정보 서비스 업체 아이랩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TDF 목표연도(빈티지, 2025·2030·2035·2040·2045·2050·2055·2060)별 성과 1위 상품의 수익률은 8.86~18.31%에 달했다.

디딤펀드의 치명적 약점으로는 판매처로 14개 증권사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의 약 75%를 보유한 은행·보험사에선 디딤펀드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는 3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에 따른 머니무브로 은행·보험사 퇴직연금 계좌가 증권사로 이동하더라도 디딤펀드가 가진 기본 속성과 고객 수요 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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