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소비 한계…글로벌 사업 강화
[헤럴드경제=전새날·김벼리 기자] K-푸드와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꾸준한 가운데 업계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해외에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외 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각 기업의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식품 기업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식품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등 해외 사업이 활발한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인재 확보가 이어졌다. 오뚜기도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공개 채용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지원자로 모집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해외 경험이 많은 지원자도 핵심 인재로 꼽힌다. SPC와 오리온은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유학생, 교포 등 관련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뷰티 업계도 시장 이해도가 높은 외국인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일본인과 영국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외국인 신입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에이피알(APR) 역시 해외 인재 영입 목적을 위한 메타버스 박람회 개최 등 인재풀 확장에 적극적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
[오뚜기 제공] |
업계는 내수 시장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소비재는 낮은 출산율로 인한 인구 감소로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해외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표도 긍정적이다. 한류 인기가 높아지면서 K-푸드·뷰티 제품의 수출도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은 12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85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비중이 늘면서 글로벌 인재에 대한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외국인 대상 채용 연계 인턴십을 진행한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는 76.7%에 달한다. 삼양식품은 9개 직군에 대해 두 자릿수 규모의 채용을 진행했다. 특히 글로벌 인재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글로벌 채용박람회인 ‘2024 글로벌 탤런트페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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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CJ제일제당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CJ제일제당의 해외 사업 비중은 48.8%로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우수인재 채용을 위해 매년 6~8월 중 8주간 인턴십을 진행한다.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는 하버드, 콜롬비아, 브라운 등 미국 동부 주요 대학교 및 경영대학원에 방문해 학교별 경력개발센터·교수진 미팅 및 캠퍼스 리쿠르팅 활동을 펼쳤다. 프린스턴, 하버드 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 등 다양한 기관과 산학 협약을 맺었다. 인턴십, 산학 연계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외국인을 영입하며 채용 방식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대졸 공채 전형 채용 방식인 ‘자기소개서’에서 탈피해 레쥬메(Resume·영문 이력서) 및 사전녹화 인터뷰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식 채용 방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언어장벽이 존재하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지원 문턱을 낮추고 지원자 특성을 고려해 개편했다. 또 외국인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적응도를 관찰하고, 기업에 대한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대졸 공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기간인 8주 인턴십 및 합숙 워크숍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 여부가 미래 사업의 성공을 좌우한다”며 “이를 견인할 글로벌 인재 파이프라인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선발,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글로벌 인턴십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
전문가들은 외국인 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지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한국인 임직원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3개월을 초과해 국내에 장기 거주한 외국인 주민 수는 총 245만9542명이었다. 이는 통계가 처음 발표된 2006년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 226만명으로 외국인 주민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외국인 주민 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류가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소비재 기업의 수출 비중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아직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영입되는 수가 늘면 향후 15~20%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각 나라의 문화, 소통 방식을 잘 아는 외국인 직원은 글로벌 인재로 연구 개발이나 마케팅 분야 등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