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학습 효과에
미국 증시·암호화폐로 뭉칫돈
원/달러 환율 2년만에 1400원
美쏠림에 코스피·코스닥 고전

전세계 금융시장의 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따라 무섭게 빨려들어가고 있다. 달러와 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킹달러’가 돌아왔고, 가상화폐 친화적인 트럼프 효과로 비트코인은 사상 첫 8만8000달러를 돌파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기 내각을 본격적으로 조직하기 시작하면서, ‘트럼피즘’이 자본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2·3·4·5·6·18면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글로벌 경기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라는 블랙홀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지평선(나쁘지 않은 현재 미국 경기) 너머의 먹구름(글로벌 경기 후퇴)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지평선 상에 어두운 구름이 있어 우리가 주시하는 것이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재차 1400원을 돌파했다. 간밤 야간 장에서도 1400원대에서 마감되는 등 원/달러 환율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이 같은 수준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던 2022년 11월7일(고가 1413.5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다.

달러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 관세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이에 따라 금리 인하 속도에 안개가 끼면서 달러 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때문이다.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 방향으로 나아가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통화정책 효과가 트럼프 트레이드보다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7일(현지시간) 만장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기존 4.75∼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 9월 0.5%포인트 인하에 이어 2차례 연속 인하지만, 달러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대감에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글로벌 자금은 달러 뿐 아니라 미 증시로도 몰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2017년1월~2021년1월) 당시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경험한 돈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떠나 미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미국 3대 지수 모두 대선 다음날부터 4거래일 연속으로 개장과 동시에 잇따라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트럼프 지지를 공식 표명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대선일 이후 나흘째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현재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가 모두 호황이다. 나스닥지수도 2거래일 연속 19000선을 돌파했다.

반면 우리나라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49포인트(1.15%) 내린 2531.6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4.54포인트(1.96%) 내려 728.84로 마감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 흐름에 외국인 매도세는 계속 강해지고 있고, 미국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우리나라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졌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시화로 주초 일부 회복흐름이 있었으나, 트럼프 효과에 희미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1기에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23조원에 육박한다. 달러 강세로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 민간소비의 회복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홍태화·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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