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비트코인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남은 비트코인을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 같은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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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6월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을 적극 장려하며, 남은 모든 비트코인을 미국에서 채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른바 '메이드 인 USA 비트코인'(Made in USA Bitcoin)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이 같은 계획을 두고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총 발행(채굴)량이 2100만개로 한정된 비트코인 중 현재 약 95%가 이미 발행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남은 비트코인 생산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비트코인 채굴은 분산된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단일 주체가 이를 통제하거나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계다. 암호화폐 채굴 서비스 기업 룩소르 테크놀로지(Luxor Technologies)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에단 베라(Ethan Vera)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현재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체 연산능력 중 미국 기반 채굴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50% 미만으로, 막대한 자금력과 권력을 가진 중국 및 러시아와 경쟁 중"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아시아, 중동 지역 등 일부 신흥 경제국의 채굴업체들이 낮은 에너지 비용과 규제 완화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채굴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점도 미국에게는 도전이다. 실제로 일부 아프리카 및 남미 국가의 경우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수익이 미국에 비해 훨씬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력이 풍부한 에티오피아와 아르헨티나 등은 값싼 수력 에너지를 활용해 암호화폐 채굴 허브로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메이드 인 USA 비트코인'의 공약은 현실성이 있을까 [사진: 셔터스톡]
비트코인 채굴용 특화 컴퓨터를 중개하는 최대 기업 중하나인 신텍 디지털(Synteq Digital)의 최고경영자(CEO) 타라스 쿨릭(Taras Kulyk)은 "몇몇 시장에서 엄청난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며 "카자흐스탄과 같은 동유럽 국가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비트코인 채굴 활동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고 의견을 더했다.
미국 채굴업체들의 해외 이탈도 문제다. 미국 텍사스주 등에서 전력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일부 미국 채굴업체들도 일제히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앞서 마라 홀딩스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협력해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채굴 농장을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비트코인 채굴 장비 제조와 관련된 문제도 해결 과제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 장비의 대부분이 중국 기업인 비트메인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고한 만큼필수 장비 수입 비용 증가를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이는 미국 채굴업체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비트코인 생산량을 확대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다.
한편 미국 내 일부 채굴업체들은 트럼프의 약속을 환영하며 차기 행정부 정책이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채굴기업 클린스파크(CleanSpark)와 라이엇 플랫폼(Riot Platforms)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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