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억 ‘작년 신용융자 물량 13%’
개인 빚투가 변동성 확대 뇌관 우려

지난달 초 발생한 폭락장 탓에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강제 처분 당한 반대매매 규모가 2000억원을 웃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연간 신용융자 반대매매의 13%에 달하는 물량이 하루에 쏟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일 거래일 기준 역대급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중 미수거래를 제외한 신용융자에 따른 반대매매는 1600억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재부상하며 국내외 증시가 다시 한번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금융감독원 제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증시가 동시에 급락한 ‘블랙 먼데이’ 직후날(8월 6일) 발생한 총 반대매매 규모는 총 2029억906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연간 신용융자 반대매매(1조5856억원)의 12.8%에 해당되는 수치다. 반대매매는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으로 강제처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일으킬 뿐더러 주가 레벨을 인위적으로 하향, 시장 전체적으로도 악영향을 준다.

내역별로 보면 신용융자거래(1593억7524만원), 미수거래(433억682만원), CFD(차액결제거래·3억860만원) 순이었다. 이 중 신용융자 물량이 전체의 78.5%에 달했다. 또 이는 블랙 먼데이 직전일(8월 2일·29억5556만원)의 5배 넘는 수준이다. 신용융자 반대매매는 블랙먼데이 당일에만 84억5698억원이 발생했고, 바로 다음 날까지 돈을 갚지 못한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1500억원대로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대매매 규모가 역대 최대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융자잔고가 크게 증가했던 2021년 8월에도 일평균 신용융자 반대매매 규모는 84억8000만원이었다. 지난달의 5.3%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역대 변동성이 극심했던 당시(2021년 8월)와 비교해도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경쟁적인 대출 마케팅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들은 1년간 미이용 고객 대상으로 1~7일 단기 신용융자 이자를 받지 않거나 최대 10일까지 0% 이자율을 적용했다. 대출 기간에 따라 연 7.75~8.75%로 차등 적용하던 금리를 신규·휴면 고객 등에 한해 일괄적으로 대폭 낮춰주기도 했다.

증권사의 빚투 관련 수익은 매년 증가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31곳 이자수익 중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올 상반기 1조455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3.9%(552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불어난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은 증권사 순이익의 34%를 차지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용융자 거래는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증권사들의 세심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영역임에도 올 상반기부터 과열된 빚투 마케팅 경쟁이 벌어졌다”면서 “증권사 간의 과도한 경쟁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나아가 신용공여 한도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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