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보다 고객 유치 효과…플랫폼 유입·데이터 활용 가치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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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여름 휴가철인 8월 개인 해외체크카드 이용액이 지난해보다 9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계열 카드사들이 앞다투어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트래블 카드) 고객 모시기에 나서면서 혜택을 확대하자 이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개인 해외체크카드 이용액은 5563억원으로, 전년동기(2932억원) 대비 89.7% 증가했다.

이중 트래블 카드를 출시한 은행계열 카드사(신한·우리·하나·KB국민·NH농협카드) 실적은 5472억원으로, 전체의 98.4%를 차지한다.

증가율은 올해 2월 트래블 카드를 선보인 신한카드가 지난해 8월 671억원에서 올해 2074억원으로 209% 크게 늘었다. 하나카드도 같은 기간 이용액이 1011억원에서 2114억원으로 109.2% 증가했다. 우리카드(6월)와 KB국민카드(4월)도 각각 18.8%, 15.7% 증가했다. 지난 7월 가장 늦게 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인 NH농협카드는 이용액이 전년 대비 5.8% 오히려 줄었다.

트래블 카드의 경우 체크카드이기 때문에 연회비 수익이 전혀 없고, 환전·해외결제·국내외ATM 출금 수수료를 은행과 카드사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로 투입되는 비용이 적지 않다. 고객 유입을 위해 제공하는 공항 라운지, 국내·외 가맹점 할인, 캐시백 혜택 또한 영업비용에 해당돼 사실상 ‘출혈경쟁’에 가깝다.

그럼에도 올해 트래블 카드 경쟁이 치열해진 배경엔 카드사와 은행의 ‘MZ(20·30대) 고객’ 모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앱 하나로 은행, 카드(페이), 증권, 보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슈퍼앱’ 경쟁을 벌였는데, 올해는 해외여행·직구를 즐기는 젊은 고객층 유입을 노린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트래블 카드 출시 초기 은행 영업점 직원을 통해서도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카드 이용 고객이 은행도 거쳐가기 때문에 권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계열 카드사들의 경우 은행 차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젊은 고객들을 어떻게 확보할지 전략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금융 플랫폼 이용 고객 확대에 의미를 많이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지주 슈퍼앱인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240만8000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그룹의 ‘슈퍼 SOL’은 481만명, 하나금융의 ‘하나원큐’는 약 576만명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또한 카드 이용 고객을 확보할수록 플랫폼 이용에 따른 데이터 수집 등으로 얻는 미래 이익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인 상황”이라며 “은행과 카드사의 주거래 고객을 함께 만들고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데이터 기반 사업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수익 확보 차원에서 보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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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카드사별 가맹점 수수료가 동일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해외의 경우 국제 결제를 지원하는 브랜드사들이 자율 경쟁을 통해 수수료를 정하고 있다. 현재는 시장 확대 차원에서 카드사들이 모두 해외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향후 혜택이 차별화되면서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한 카드사가 해외 가맹점 수수료 등 부수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브랜드사와 어떻게 계약했는지에 따라 수익 배분 내용이 다르겠지만 고객이 많을수록 나중에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이 좀 지난 뒤엔 회원 수를 기반으로 얻는 서비스 수수료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래블 카드가 소비자에게 ‘해외여행 때만 쓰이는 카드’로 인식되는 점은 과제다. 대부분 트래블 카드가 국내 결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친숙한 카드 또는 신용카드를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당분간 은행 계열 카드사들의 출혈경쟁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권 관계자는 “최근 마케팅 전략은 국내에서 쓰던 카드를 그대로 해외에 나가서 이용하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면서 “국내에서도 해외만큼 결제하도록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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