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급여력제도 수치 생보업계 1위
보장성 보험으로의 체질개선 성공
신상품 성과...“결국에는 영업싸움”
GA 채널 시장점유율 4.2%로 확대
GA 영업조직 사업국·지점장 늘려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농협생명 본사 대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결국에는 영업 싸움입니다. 농협이라는 특성상 상반기에 도달하는 사업량이 80%에 달합니다. 하반기에는 대체로 마무리하는 분위기죠. 작년 7월에 신상품을 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반기에도 적극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거죠.”

취임 2년 만에 자본잠식에서 신지급여력제도(K-ICS) 수치 업계 1위까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윤해진 대표는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효과를 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보장성 보험으로의 체질 개선을 실적 상승 비결로 꼽았다.

농축협이 주된 채널인 농협의 특성상 공제 시절부터 연초에 계약이 집중됐다. 농번기인 3월이 오기 전 가입하던 농협 고객들의 영향이다. 오랜 기간 정착해 있던 문화인 만큼 아무도 타파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6개월만 영업해서 다른 보험사와 경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윤 대표는 직원들에게 ‘일단 해보자’고 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7월 병원비든든NH의료비보장보험, 369뉴테크NH암보험의 신상품을 출시해 성과를 냈고, 올해 또한 5월 환경쏘옥NHe독감케어보험, 핑크케어NH건강보험에 이어 7월에 암플러스NH치료보험 신상품을 선보였다. 9월에는 치료비안심해NH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윤 대표가 보장성보험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건 채널 다변화의 역할이 컸다. 농협은 지역농축협을 기반으로 보험을 모집하는 농축협 채널이 주된 영업 채널이지만, 최근에는 보험 영업 채널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GA(보험대리점) 시장이 영업 실적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꼽힌다.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부장이 하는 것보다 부사장이 한번 가는 게 낫고, 그것보단 대표가 하는 게 낫죠.” 윤 대표는 GA 시장을 잡기 위해 GA 대표들을 직접 찾았다. 그의 현장 경영은 GA 채널에서 성과로 입증됐다. 올해 상반기 보장성 월납 환산보험료는 594억원으로 전년 동기(221억원) 대비 373억원 증가했다. 농협생명 GA 채널 시장점유율은 4.2%로 전년 동기(1.7%) 대비 2.5%포인트 확대됐다. GA 영업조직도 확대됐다. 작년 4개 사업국 22명 지점장에서 올해는 5개 사업국 27명 지점장으로 늘었다. GA채널 전용 전산시스템을 오픈하고, GA대상 이벤트 실시 등 영업지원도 확대했다.

MZ세대 신규 고객 확보를 목표로 CM 채널도 강화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빅테크 플랫폼 등을 활용한 대외 홍보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1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미니보험(용종진단보험)을 탑재했고, 지속적으로 추천 서비스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채널에서는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업체를 선정했으며, 이는 건강보험 등 보장성 신계약을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 회복도 실적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재무전문가인 그의 결단이 큰 몫을 했다. 부실자산은 미리 털어서 손실 처리하고 자산운용의 큰 방향성을 설정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해외 오피스는 당분간 투자를 자제하라”고 직접 당부했다. “국내 위주로 하되 에쿼티(equity) 투자에 대해서는 조심하라”고도 방향성을 설정해줬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K-ICS 비율이 363.5%(경과 조치 후)로 전년 대비 157.54%포인트 개선되며 생보업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4년에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감독규제 정교화 등에 대응해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ALM)를 강화하는 등 올해 2분기 기준 K-ICS 비율 384.36%로 지급여력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올해 IFRS17 시행으로 중요한 지표가 된 CSM(보험계약마진) 확보도 순항 중이다. 기존 회계제도에서는 일시적인 손익 요인으로 실적이 널뛰기 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에, 신제도에서는 CSM 기반의 보험 손익을 바탕으로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취임 2년 차인 올해는 더욱이 보장성 물량과 CSM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분기 기준 CSM은 연초 4조4000억원 대비 6% 성장한 4조7000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실적 상승으로 곧장 이어졌다. 당기손익도 전년 동기 대비 181억(12.4%) 성장한 1639억원을 기록했다.

윤 대표는 “올해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어려움이 예상돼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라며 “대체투자손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금리변동에 따른 보험금융비용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수익기반 마련을 위해 신계약 CSM의 양과 질을 제고하기 위한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라며 “종신보험을 통한 기본적인 사업 물량을 확보하고 장기납과 기타 보장성보험 판매 활성화를 위한 계획들을 지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규 사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작년 신규사업 태스크포스(TF) 운영으로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으로서 시니어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는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보험 본연사업과 연계한 신규 사업을 발굴해 검토하고 있다. 윤 대표는 “고령자와 유병자 증가에 대응한 요양, 헬스케어 사업 등 시니어 사업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라며 “다양한 전문사와 제휴를 통해 사업 역량을 확보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규제환경 변화와 보험업과 연계한 시장성 등을 감안하여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생명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발굴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을 통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병원 서류 제출 없이 디지털 기술로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페이퍼리스 보험금 청구 상품을 개발했다.

또한, 온라인보험 전용 헬스케어서비스를 도입했으며 NH헬스케어플랫폼 비즈니스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는 모두 보험업계에서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다.

헬스케어 서비스도 농협생명의 강점이다. 특허 등록된 NH헬스케어의 핵심 콘텐츠인 ‘랜선텃밭 가꾸기’를 통해 신규 가입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인바디와 식품 전문회사 현대그린푸드와의 제휴를 통해 건강 데이터 분석 및 맞춤식품 추천 등 종합적인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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