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2번째 상장 고배…내년 초 재도전
인뱅 최초 상장 카뱅, 주가 2만원대에 갇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케이뱅크가 이달 말로 예정됐던 코스피 상장 일정을 전격 연기하면서 증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던 계획을 접고 기업공개(IPO) 일정을 내년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전날 공시를 통해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2022년 9월에도 IPO에 도전해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투자심리 위축 등에 따른 증시 부진 때문에 이듬해 상장 계획을 철회했었다. 이후 2년간 절치부심하며 재도전에 나섰지만, 지난 16일까지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얻으면서 상장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 IPO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케이뱅크의 계획에도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케이뱅크는 상장으로 유입될 자본을 활용해 대출상품의 유형과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었다.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CSS)에 기반한 국내 최초의 100% 비대면 중소기업 대출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리테일 전략 추진에도 당장 제동이 걸렸다. 케이뱅크는 경쟁력 있는 특화 수신 상품 출시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저원가성 예금 확대로 효율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또 주식, 채권, 원자재 등 전통적 투자상품부터 대체불가능토큰(NFT), 명품, 예술품 등 새로운 투자상품을 아우르는 투자 전용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도 뒤로 밀리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처음 증시에 상장했던 카카오뱅크는 장기간 주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2021년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공모 당시 청약 경쟁률이 181.1대 1에 달하며 흥행 몰이를 했다. 상장 당일엔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7% 상승한 5만4700원으로 출발해 상한가를 찍더니, 단숨에 시가총액 33조원을 돌파해 금융 대장주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가 계속됐고 현재 주가가 2만~3만원 사이에서 횡보 중이다. 한때 9만4400원(2021년 8월 20일)까지 갔던 주가는 2만2650원(10월 18일 종가)까지 떨어진 상태다. 플랫폼 수익 부진과 대출 규제에 따른 대출 성장률 하향 전망,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등이 겹쳐 주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1.62배로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에 비해 높아, 저PBR 열풍에도 편승하지 못했다.

한편, 케이뱅크의 다음 상장 일정은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상장예비심사 승인(8월 30일)의 효력은 6개월로, 상장 시한은 내년 2월 말까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PO 계획 자체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공모 구조 변경에 따라 시기를 재조정하는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변경 등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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