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왕등 4곳중 서울 유일지구
개발물량 55% 신혼부부 장기전세
정부가 지난 5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할 신규택지를 발표한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곳은 단연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가 꼽힌다. 정부는 특히 서리풀지구 공급 물량 중 1만가구 이상을 신혼부부용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저출산 위기 대응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보였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저출산 대응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오나, 중대한 정책 목표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 서울 유일 서리풀지구...절반 신혼부부 장기전세 파격 공급=이날 공개된 총 5만호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 4곳 중 서울은 서초구 서리풀지구가 유일하다. 내년 3월 중 예정된 3만호 추가 그린벨트 해제에 서울이 포함되지 않을 예정인 만큼 사실상 서울내에서는 마지막 그린벨트 해제지역이다. 서울 핵심 지역인 강남 생활권에 무려 2만가구가 나오는데, 이 중 55%인 1만1000가구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으로 공급한다는 게 정부와 서울시의 구상이다. 10년 거주 후 출생아 수에 따라 거주기간 연장이 가능하고, 20년 후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전환 가능한 조건이다.
이에 일각에선 다소 공급 대상이 쏠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책 목표 차원이란 취지로 답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에겐 여러 정책 목표가 있다”며 “주택시장 안정, 국가적인 저출생 극복, 지역 난개발 관리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예 설계 단계부터 육아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공들이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쾌적한 육아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2만가구 중 55%를 장기전세주택으로 결정했다”며 “얼마 전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둘러보니 정말 아이를 키우기에 손색 없었다. 그런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관련 시설인 어린이집, 독서실, 서울형 키즈카페, 미니 워터파크 등을 언급한 뒤 “가장 잘 완비된 육아환경을 갖춘 아파트로 미리 기획해 설계에 반영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내에서 서리풀 지구만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는 것은 ‘훼손 최소화’ 원칙에 기반했단 설명도 나왔다. 이곳은 이미 훼손돼 개발제한구역으로 보존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여 해제면적을 최소화했단 것이다. 또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훼손을) 최소화하고, 이미 훼손된 곳으로 선정한다는 원칙”에 따랐다며 “신혼부부들이 들어가는 만큼, 주력의 주거지로서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주택가 한가운데 들어가 포근한 마음으로 입주할 수 있는 것도 고려했다”고 했다. 서리풀지구는 근처에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GTX-C·양재역) 등이 위치해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지역간 이동이 편리해 첨단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부는 이 일대 고밀화 개발을 위해 신분당선 역사를 추가하는 것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 서울로부터 10㎞ 이내 경기 권역에 3만가구=서리풀 지구 외에 이날 발표된 신규택지 후보지인 ▷고양대곡 역세권(9000호) ▷의정부 용현(7000호) ▷의왕 오전왕곡(1만4000호)은 서울 경계로부터 10km 이내에 있는 경기도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개발압력은 높지만 난개발 우려가 있어 체계적 개발이 필수로 꼽힌다.
서울 도심까지 20분~30분대 접근이 가능한 대중교통망·환승체계 구축이 골자인 교통개선 방향도 마련됐다. 고양시 대곡동 일대는 GTX-A,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이 만나는 철도교통 요충지로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중점 배치키로 했다. 이를 통해 상업·문화·생활시설이 연계된 지식 융합단지로 조성함으로써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군부대로 인해 양호한 입지여건에도 불구하고 주변 도심과 단절돼 오랫동안 개발이 되지 못한 의정부 용현 지역은 주변에 개발 중인 법조타운과 기존도심 등을 연계해 통합생활권을 조성키로 했다.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의왕시 오전·왕곡동(187만㎡)이 선정됐다. 경수대로·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부지에 산업기능 유치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난개발이 우려돼 계획적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는 평가를 반영했다. 서영상·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