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지동 개발제한구역 모습 [연합] |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통해 서울·경기 지역에 총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한 평가를 내렸다.
시장의 공급 절벽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이다. 신규 택지를 개발해 새 아파트를 공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공급 물량도 제한적이어서 집값 안정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주택 공급 시기와 규모를 고려할 때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기존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에서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이 목표였는데, 이와 비교하면 적은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연간 공급되는 20만 가구의 25% 수준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신규택지 후보지 중 서초구 서리풀지구에만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수석위원은 “서리풀지구에서 신혼부부 대상인 1만1000가구를 제외하면 9000가구만 확보되기에, 주택 수요 대체제로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보다 특정 수요층의 ‘로또 분양’으로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이번 발표는 ‘그린벨트 해제’라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강남에 저렴하게 신규 물량을 공급해 대기 수요로 전환시킨다는 부분에서 설득력이 있다”며 “그럼에도 이미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상당수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담고 있어 경기 지역에 신규 물량을 공급한다는 내용은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정부가 임기 시작과 함께 밝힌 전국 270만 가구 공급 계획을 잘 지키는가이다”라며 “이번 5만 가구 공급 계획은 필요한 조치임에도 즉각적인 공급을 원하는 수요층과 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컨설턴트는 “공급이 2031년까지 될지도 모르겠지만 현 주택 수요자들이 2031년에는 수요자가 아닐 수 있다”면서 “또 정권이 바뀌어도 이번 정책이 지속될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위원은 “인구구조와 기후 변화가 급격한 시점에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과거와 같은 아파트 공급 위주의 개발은 글로벌 시대의 지속가능성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불리 발표한 공급 대책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비, 현재 진행중인 사업 등은 차치하고 물량부족이 신규 택지공급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발상”이라며 “이번 그린벨트해제가 주택가격 안정을 보장하지 않거니와 지자체에서 해당 수요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지, 다른 공급정책과 겹치지 않는지를 살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로명·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