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손보사 상반기 실손보험금 4.9조 지급
비급여 비중 1년새 57.6%→57.8% 확대
증가율은 이비인후과·정형외과·비뇨기과 순
“비급여 과잉치료 개선 절실…광고 제재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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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비인후과의 실손보험 비급여 증가율이 심상치않다.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으로 따져봤을 때는 정형외과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로 계산했을 땐 이비인후과가 가장 높았다. 코막힘 치료를 위한 비밸브(공기가 통하는 코의 가장 좁은 곳) 재건술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에서 취합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은 4조943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3% 늘었다. 비급여 지급보험금 비율은 2023년 57.6%에서 올해 상반기 57.8%로 소폭 증가했다.

진료과목별로 전년 동기 대비 지급보험금 증가율을 따져보면, 이비인후과가 지난해 상반기 1175억원에서 1357억원으로 증가하며 가장 높은 15.5%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정형외과 12.7%, 비뇨의학과 11.3%, 안과 11% 순서로 집계됐다.

이비인후과 증가율이 높아진 건 대표적인 비급여 종목인 비밸브재건술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끝에 연골을 넣어 콧구멍을 벌리는 비염 치료용 비밸브재건술은 콧대를 높이는 미용 성형에 이용되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에선 코의 기능적 문제와 미용적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면서 실손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권유하며 성형 비용을 실손보험에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밸브재건술은 비급여 중에서도 진료비 격차가 큰 항목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비급여 항목 가격에 따르면 최소 5만1000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98배 차이가 났다. 의원급만 놓고 봐도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 등 이른바 ‘부르는 게 값’인 셈이다. 전체 의료기관의 중간금액은 173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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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무분별한 비급여 치료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병행되지 않은 채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비급여 치료 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5대 손보사의 최근 4년간 10대 비급여 항목별 보험금 연평균 증가율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029년에는 비급여 보험금이 총 8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지급한 보험금(2조716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전체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도 현재 30%에서 6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절반 이상이 비급여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 과잉 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적자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국내 보험사들이 더 이상 실손보험 상품을 취급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손보험 출시 초기엔 30개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판매했지만 현재는 17개사만이 취급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비급여 관련한 표준 명칭이나 코드는 의무 규정이 아니다 보니 많은 의료기관들이 임의로 자체 명칭이나 코드를 사용해 비급여 진료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을 활용한 ‘한의원 호캉스 상품’까지 나올 정도인 만큼 의료기관의 광고 등에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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