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공 요구, 소송전 불사’ 입장
입주를 앞둔 수도권 한 단지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 입주를 앞둔 지방의 한 신축단지는 최근 감리자, 조합 감독, 하자점검 전문기관 등을 동원해 불량시공 하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작업자들에게 매일 주지시켜도 하자가 속출하며, 조합원들은 사전방문검사 기간 동안 아예 ‘숨은 하자 많이 찾기’ 행사를 열기로 했다. 많이 찾는 5가구에는 10만~50만원 상당의 마트 상품권을 제공한단 계획이다.
최근 신축 단지 사이에서 하자 발생이 잇따르자 입주예정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자 민원이 있어도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점검에 나서는 것은 물론 재시공 요구, 여론전·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분쟁 사건은 총 3119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접수 건(3313건)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심위 접수 사건은 2022년 3027건에서 2023년 3313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공동주택은 사용승인 전에 입주자 사전점검을 시행하고, 사업주체는 입주자 사전 점검 실시 여부와 하자 보수 결과를 사용검사권자인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공동주택 하자는 관련 건축기술이나 자재 품질 개선에도 불구, 완전히 방지하기가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공사 중단 등을 겪어 공기에 맞춰 허덕이며 시공하거나, 자재비·인건비 등 공사비 급등으로 부실 자재, 비숙련 인력을 많이 사용하는 점 등이 하자 폭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 입장에선 주택이 한 가구가 사용하는 소비재 중에 가장 비싼 재화인 데다, 공사비 급증에 갈수록 비용 부담이 늘며 하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 수도권 신축 단지의 입주예정자는 “하자 보수 준비가 전쟁 준비라는 말이 있던데 뼈저리게 체감했다”며 “사전·사후점검업체 측에서는 보통 100여건의 하자가 나온다고 하는데, 수억원짜리 물건이 왜 이렇게 하자가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소비자들은 여론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대처한다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하자점검이 활성화되며 사전점검업체 중 무자격 업체에 대한 정보를 알리거나, 유튜브 등 채널에서 공유되는 노하우를 공부하는 이들도 많다. 시공 과정에서 하자를 줄이기 위헤 후분양제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사전점검 단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자분쟁조정기관이 있지만 조정이 쉽지 않고, 소송전으로 가면 입주자들의 부담이 상당하다. 소위 ‘브로커’들이 유도하는 기획소송을 진행해도 실질적 보상액은 낮은 편으로 전해진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재는 준공허가를 위한 사전점검이 입주 직전에만 이뤄지는데, 점검 횟수를 늘리는 식으로 하자 분쟁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며 “하자분쟁 소송에 따른 시간·경제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하자 발생 전 사전 예방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