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웨어 산업이 뒤처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사진: 셔터스톡]
일본 소프트웨어 산업이 뒤처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일본에는 소니, 카시오, 파나소닉 등 세계 유수의 전자기기 제조업체가 다수 존재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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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17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기가진이 팟캐스트 방송인 팀 로메로(Tim Romero)의 분석을 바탕으로 일본 소프트웨어 산업이 다른 국가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팀 로메로는 일본산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낮은 원인으로 메이지 시대에 탄생한 재벌의 영향력을 지목했다. 로메로에 따르면 대기업 또는 가족 경영 기업의 재벌 그룹은당시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19세기말에는미쓰비시, 스미토모, 미쓰이, 야스다를 지칭하는 '4대 재벌'이 탄생했다.

메이지유신 후 급성장해 일본 경제를 키운 이들 기업은 은행, 광업 및 화학, 중공업 회사 등을 보유하게 되면서 정치 및 군사적으로 큰 힘을 보유하게 됐다. 이들은 한때 일본 경제의 50% 이상을 지배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해체 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냉전의 격화와 전직 재벌 등의 청원에 따라 이들은 기업 간 조직 형태로 재편되어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간 조직은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고, 1980년대 후반 컴퓨터가 시판되기 시작하면서 기술 기업들은 그룹 내 법인에 PC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업 간 경쟁이나 해외 제품과의 경쟁은 사라지고 외국 대형 시스템을통합하기 위한기업이 등장했고, 일본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PC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또한, 일본의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후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 채택되어 왔는데, 로메로는 이에 대해 "일본이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뒤처지는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산업 전반의 혁신 붕괴의 시작이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1980~1990년대 패밀리 컴퓨터 등 시장에 많은 혁신적인 제품이 출시되면서 고용 시장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부상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경시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튀어나온 말뚝은 두들겨 맞는다(出る杭は打たれる)'는 속담이 있듯이,일본에서는 지나치게 눈에 띄는 것은 피해야 할 행위로 여겨져 결과물보다 '바빠 보이는지, 열심히 일하는지'를 중시한 결과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탄생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후 1990년대 버블이 붕괴되면서 많은 기업 간 조직의 힘이 약해졌고, 계열 은행 등 일부에서는 파산이나 합병 등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을 상징하는 말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종신고용제도를 폐지하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 많은 개혁을 단행했다.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 실리콘밸리의 발전에 따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대한 이미지 개선 등으로 많은 우수한 프로그래머가 탄생했다.

로메로는 일본의 미래에 대해 "재벌이 에도시대 이후 일본 경제를 발전시켰고, 기업 간 조직이 전후 일본 경제를 발전시켰듯이, 스타트업과 기업, 교육의 새로운 조합에서 일본의 다음 경제 성장을 만들어낼 무언가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db:圖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