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사진: 큐텐]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 큐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이커머스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구영배 큐텐(Qoo10) 대표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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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계열사위메프, 티몬 등에서 발생한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23일 이들 플랫폼에 입주한 여행사들이 판매를 중단하고 예약을 취소한 것에 이어 24일에는 일부 결제 서비스가 중단됐다.

티몬에서는 카드결제, 간편결제 등이 중단되고 휴대폰결제, 실시간계좌이체 2가지 방법만 제공하게 됐다. 티폰캐시도 24일 충전기능이 중단됐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 결제 승인·취소를 대행하는 PG사(결제대행업체)가 전날부터 기존 결제 건에 대한 취소, 신규 결제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관련 업계로 번지고 있다. 배달플랫폼 요기요는 24일 고객 공지를 통해 “지난 23일부터 요기요 고객께서 요기요 앱에 등록한 상품권 일부의 사용이 중지됐다”고 밝혔다.

요기요는 티몬을 포함해 복잡한 이해 당사자들의 협조 없이 요기요 자체적으로 이번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를 촉발한 큐텐의 신속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소비자들의 우려와 불신이 높아지면서 큐텐 계열사들의 상품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결제한 구매까지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환불을 받기 위한 계좌등록에 오류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위메프, 티몬 등의 자금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위메프, 티몬 등이 정산해야 할 금액만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불도저식 인수합병이 ‘독’이 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인터파크 출신인 구영배 대표는 1999년 지마켓을 설립했으며 2006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리고 2009년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했다. 구영배 대표의 사례는 벤처기업 성공 신화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구 대표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2010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설립했다. 큐텐은 싱가포르에서 1위 온라인 쇼핑몰에 오르는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고객을 급속히 늘렸다.

구 대표는 큐텐을 기반으로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하고 2023년 3월에는 인터파크의 쇼핑부문을 물적 분할을 통해 인수했다. 2023년 4월에는 위메프를 인수했다.

또 구 대표는 2024년 2월에는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Wish)를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고 4월에는 AK플라자의 온라인 쇼핑몰 AK몰을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지마켓을 나스닥에 상장했던 것처럼 또 다시 신화를 꿈꾼 것으로 보고 있다. 큐텐이 공격적인 인수로 아시아에 이커머스 네트워크를 만들고 산하 물류 기업 큐익스프레스로 물류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은 지연되고 있으며 이번 사태로 상장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서는 판매대금 정산을 못할 정도로 자금 상황이 악화된 이유로 무리한 확장을 꼽고 있다.

위메프는 2023년 매출이 2022년 1922억원에서 1385억원으로 28%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 881억원을 기록했다. 티몬은 올해 4월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명확한 지난해 실적을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큐텐은 위시와 AK몰을 인수했다. 인수 자금으로 인해 자금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추측이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쇼핑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000억원으로 약 7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1000억원 상당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그만큼 큐텐의 자금 상황이 열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구영배 대표와 큐텐이 만든 제국이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티몬, 위메프 등에서 정산 지연이 발생하고 있지만 큐텐 계열사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큐텐 계열사들의 상품 판매가 중단되고 급격히 돈줄이 마르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고 있는 큐텐에 금융권이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큐텐이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려고 해도 최소한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자금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연쇄 부도 위기에 봉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약 티몬, 위메프 등이 흔들릴 경우 한국 경제에 파장이 예상된다. 큐텐 계열사의 파트너사는 6만개에 달한다. 특히 파트너사에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농민 등이 다수를 차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불황 상황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농민 등이 판매한 대금을 받지 못하고 판매경로가 차단될 경우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

구영배 큐텐 대표 등은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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