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겸 현 고문 언급
삼성 한경협 회비 납부, 다소 시간 걸릴 전망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정기회의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이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에 정치인 출신 고문이 계속 남아있는 점을 지적하며 정경유착 고리 단절 의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준감위가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를 위한 인적쇄신 여부를 두고 문제 제기를 이어가면서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찬희 삼성준감위원장은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정기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위원님들의 의견을 다 들어봐야 해서 (오늘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긴 좀 어렵습니다만 제 개인적 의견은 많이 결정된 상태”라며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경유착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한데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며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연 한경협이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근본적으로 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 출신이 계속 남아서 어떤 특정한 업무를 한다면 그건 유해한 것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면, 회원들의 회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예우를 받는다는 건 무익한 일”이라며 “저는 (오늘) 회의에서 그 점에 대해서 위원님들께 말씀드리고자 하고, 좋은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한경협에서 상근 고문을 지내고 있는 김병준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 직무 대행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고문은 지난해 2월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으로 취임했다. 이후 6개월 간의 임기를 마친 뒤 지난해 8월 임시총회에서 상임고문으로 추대됐다.
당시 정치인 출신인 김 전 회장 직무대행이 고문으로 남는 것을 두고 한경협이 진정으로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느냐며 비판이 일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번엔 예외 케이스”라며 “더 이상 제가 있는 동안 정치인 출신 고문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한경협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고, 앞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한 단체로서 활동하기 위한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한경협의 특정 자리가 정경유착의 전리품이 돼서, 여야를 바꾸더라도 항상 그 자리가 이번 한 번만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그런 자리로 남아 있을 것에 대해서 우려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만,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삼성준감위에서 (회비 납부 여부에 대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다시 한번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