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홈페이지에 “안전한 쇼핑”…‘티메프’ 로고도 버젓이
그룹 와해 위기에 소비자 혼란…전문가 “윤리적 문제 있어”
[큐텐 싱가포르 홈페이지 캡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구매자가 매우 안전한 쇼핑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모회사이자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큐텐(Qoo10)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사 소개다. ‘티메프 사태’ 이후 사실상 그룹은 와해됐지만, 싱가포르 현지에선 버젓이 ‘안전’을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큐텐 홈페이지 내 회사 소개 페이지에는 티메프를 비롯해 인터파크 커머스, 큐익스프레스, 위시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큐텐그룹의 조직도가 있다. 그 아래에는 “큐텐은 아시아 대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지향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라며 “구매자가 매우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강력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적었다. 티메프에서 아직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셀러)들이 4만8000곳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싱가포르를 비롯한 5개국에서 7개의 현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 중”이라며 “가까운 시일 안에 더 많은 아시아 국가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큐텐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이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한때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으로도 불리며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티메프를 비롯해 인터파크, AK몰 등 국내 이커머스를 인수했다. 미국계 이커머스 위시(WISH)까지 인수하며 세를 키웠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큐텐그룹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티메프를 비롯해 인터파크커머스까지 큐텐그룹 산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3사는 모두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각 사는 큐텐그룹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그룹과 650억원 규모의 미수금 관련 소송전에 돌입하며 적대적 관계가 됐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도 사실상 큐텐 그룹의 품을 떠났다. 큐익스프레스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보통주식으로 바꿔 경영권을 확보한 뒤 새로운 전략적투자자(SI)를 찾아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큐텐이 올해 초 인수한 위시 관련 사업도 멈췄다. 지난 5월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사업의 일환으로 선보인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플러스(Wish+)’도 티메프 사태 이후 간판을 내렸다.

큐텐 자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여전히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비롯해 국내 판매업체 등 협력사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 서비스 페이지에는 제품 자체를 찾기가 어렵다. 티메프 사태처럼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도 여럿 있다. 큐텐 본사는 국내 정부·기관의 소통 시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업계는 현실과 다른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알리는 것 자체가 소비자 기만이라고 지적한다. 티메프 사태가 큐텐으로 번질 경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메프에 가려졌지만, 큐텐 자체도 부실한 건 마찬가지”라며 “최근 3년간 영업적자가 자본의 30% 수준으로 거의 자본잠식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는 관련 당국이나 소비자들이나 큐텐 사태에 대해서 한국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사태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대금 미정산으로 난리인데 티메프를 걸어두고 문제없다는 듯 소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문제가 된 회사를 지우든지 조치를 해서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이 최근 진행한 큐텐 싱가포르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큐텐 싱가포르 SNS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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