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상위 9개사 매출원가액, 1년새 6조↑
평균 매출원가율 93%…비용 상승요인 산적
하반기도 보수경영·선별수주 흐름 이어질듯
서울 한 공사 현장에 세워진 타워크레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건설사 9곳의 매출원가 합산액이 1년 전보다 6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를 비롯해 인건비, 안전기준 강화, 공사 기간 증가 등에 따른 원가 상승세가 거세지며 건설사들은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건설 부문 매출원가 확인이 어려운 삼성물산을 제외한 9개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 합산액은 53조2614억7601만원으로 전년 동기(47조152억2692만원) 대비 13.3%(6조2462억4909만원) 늘었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9개사 중 6개 업체의 매출원가가 1년 전보다 올랐고, 5개사의 매출원가율이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인천 검단 건설 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겪었던 GS건설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98.6%에서 올 상반기 91.4%로 크게 내려갔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원가가 높아져 매출원가율이 오르면 수익성은 떨어진다. 같은 기간 9개사는 매출원가뿐 아니라 매출 합산액도 50조4268억8945만원에서 57조1808억9822만원으로 13.4% 올라, 평균 매출원가율은 93.2%에서 93.1%로 0.1%포인트(p) 하락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비용을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별 수주 기조가 불가치하며, 건설업계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유급휴직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매출원가는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집계 기준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건설자재 가격은 35% 올랐다. 건설자재 중 비중이 높은 레미콘, 시멘트, 철근은 각각 34.7%, 54.6%, 64.6%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에 공사비도 폭등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원 건설공사비지수는 130.02로 1년새 약 2% 상승했다. 주거용 건물 공사비지수만 봐도 2023년 6월 126.51에서 올해 6월 128.87로 약 1.9%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021년 6월(111.33), 2022년 6월(124.92), 2023년 6월(127.42)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수도권 주택 노후화와 3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택 건설 수요는 늘어나는데, 건설 원가는 폭등하며 사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21년~2022년 착공한 사업장은 원자재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곳이 많아 공사비 갈등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 부문에 주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는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안전기준 강화, 층간소음 사후인증제 등 규제 강화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욱 늘었다”며 “현재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보수경영을 하며 곳간을 채운 업체들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3분기에도 건설시장이 부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작년 3분기 건설경기가 크게 부진했다는 점에서 올해 3분기 지표상 감소세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그러나 선행지표 부진이 2022년부터 누적됐고, 부동산 PF 문제 등 건설 내외부 환경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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