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저평가 추가 상승 여력
경기 둔화 우려에 변동성 유의
올 들어 은값이 금값보다 더 크게 뛰면서 ‘은(銀) 투자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이달에만 8%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금값보다 은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주목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KODEX 은선물(H)’은 8.54% 올라 레버리지·인버스를 포함한 전체 ETF 수익률 10위권에 진입했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44억원의 순자산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3% 빠진 코스피 지수를 포함해 금 선물 레버리지 ETF 수익률(7.39%)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 금·은·백금·팔라듐으로 구성된 귀금속 섹터는 일제히 4~12% 상승폭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50bp 인하)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낮아지자 원자재들의 상승세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또 시장금리가 내리면 귀금속을 보유할 때의 기회비용이 감소해 귀금속 가격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은 가격은 8%가량 상승하면서 귀금속 섹터에서도 팔라듐(12%) 다음으로 상승 폭이 컸다.
치솟는 은 상승세에 올라타기 위한 투자 방법도 다양하다. 금처럼 시중은행에서 실버바 현물을 구매하거나 실버뱅킹(은 통장) 등 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중에서도 증시 투자자들에게 가장 손쉽고 소액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단연 ‘은 관련 ETF’다. ‘KODEX 은선물(H)’와 ‘TIGER 금은선물(H)’(은 비중 8.5%)이 대표적이다.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선 은 가격의 상승과 하락 전망에 따라 레버리지, 인버스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ETF 시장은 거래량이 활발하지 않아 ETF 투자를 더 권장하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보다 은의 투자 매력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금보다 은이 저평가됐다는 분석에서다. 지난 20일 은 선물은 온스당 31.5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작년 말 24.09달러보다 30.8% 오른 수준이다. 금값 상승폭(27.7%)도 웃돈다. 은 선물 가격은 지난 2011년 4월 당시 50달러에 육박했던 전고점(49.82달러)에도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값이 싼 만큼 하반기 매수 전략도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금 가격 대비 저평가된 은 가격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면서 “은은 실제 안전자산보다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의 역할이 커 실질금리 하락 시 금 대비 투자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하반기 동안 35달러(최대 40달러)를 목표로 하는 단기 은 투자 ‘비중확대’ 전략도 주효할 것으로 봤다.
은은 글로벌 친환경산업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은은 다른 금속과 비교해 전기와 열 전도율이 높은 소재로 꼽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은 수요 집계에 따르면, 전기·전자(19%), 태양광(11%), 금속합금(4%) 등 순으로 생산량 절반 가량이 산업 분야에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은 산업용 수요가 생산량의 6% 수준에 머문다.
다만, 은은 구리와 함께 경기에 민감한 편이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달러 지수와 금리 하락은 대체로 원자재 가격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경기 우려가 부각되면 실물 수요 둔화를 반영하면서 하락 반전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중국의 경기 개선 가시화 등) 9월 이후 글로벌 경기의 향방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