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밴드 2400~3000 포인트 제시
코스피 지수가 하반기엔 횡보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추가 상승할 경우에도 외국인 수급의 불리한 조건 속에 속도와 오름 폭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조정장세의 여파로 이달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를 기존 대비 하향 조정한 가운데, 베팅보단 방어 위주로 투자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기자실에서 개최한 ‘하반기 전략: 디펜스! 디펜스!’란 제목의 간담회에서 “9월 코스피 밴드를 2500~2700포인트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김 연구원은 9월 코스피 밴드로 2600~2800선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지만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점을 염두에 뒀다”면서 “지수보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양호한 제약, 담배, 통신, 유틸리티 등 방어 업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올 하반기 전체 코스피 밴드로 김 연구원은 2400~3000포인트를 내놓았다. 그는 “코스피 버핏지표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0% 수준으로 과거 60개월 평균치 85%를 웃돈다”면서 “코스피 2900포인트 이상은 과열 국면으로 부담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주요 투자 주체들의 수급이 감소하고 있는 점이 국내 증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기관 투자자의 매수 여력 급감에 대해 김 연구원은 “국민연금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올해 15.4%였지만 지난 5월까지 13.5%에 불과했다. ‘검은 월요일(8월 5일)’을 겪으며 올해 목표비중 최하단(12.4%)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신용융자잔고, 고객예탁금 등의 감소 등을 통해서도 개인 수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이 그대로 나타났다고도 김 연구원은 꼬집었다. 그는 개인이 투자에 망설이는 주요 요인으로 주요 세제 변화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내년 1월을 기점으로 금투세 시행 여부에 따라 국내 투심이 크게 변동하며 지수의 추가 업사이드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증여 및 상속 세제 변화 역시 국회 통과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란 점도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봤다.
김 연구원은 향후 투자 전략 수립에 앞서 국내 증시가 맞닥뜨린 대내외적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대내적 요인으로는 3분기 실적 둔화에 따른 이익 조정세를 꼽았다. 코스피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52조100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하겠지만 증가율은 둔화하고, 4분기 순이익은 일회성 비용 처리를 감안해 3분기보다 감소한 47조원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반도체, 보험, 화학, 화장품 종목에서 3분기 이익 하향 조정이 발생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이익 하향 폭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반도체주의 추가 이익 하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지수 전체 하락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김 연구원은 누가 승리할 지 모르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도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 요인이라 짚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