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탓 물량 ↓ 배추 수입·할인 지원
#. 서울 강남구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매주 배추를 사서 직접 김치를 담그고 있다. 하지만 2주 전부터는 김치 담그기를 그만뒀다. 급작스레 배추 가격이 오른 탓이다. 최씨는 “김치전골처럼 김치가 들어간 메뉴를 주문하면 ‘지금은 안 된다’는 식으로 다른 메뉴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배추 가격에 한국인 밥상의 필수 음식 김치가 ‘금(金)치’가 됐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여름배추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에서는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등 물가안정대책을 내놨지만 가격 안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6일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4일 기준 여름(고랭지)배추 1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9474원이었다. 지난달 하순(21일~말일) 평균(7133원)보다 32.8% 비싸졌다. 지난해 9월 하순(6193원)과 비교해도 53% 올랐다.
배추 가격 급등의 원인은 여름 고랭지배추 공급량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정선군에서 30년 넘게 고랭지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정모 씨는 “올해는 폭염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작황이 매우 안 좋아졌다”며 “들이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수익은 계속 줄고 있어 배추농사를 접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비축해둔 물량도 동이 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여름배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만톤의 물량을 비축했는데 유례없는 폭염에 강원도 지역이 가물면서 추석 전까지 비축한 물량을 다 쓴 상태”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오른 배추 가격은 외식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 구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쌀 때는 한망(3포기)에 5000원 정도 하던 게 2만4000원까지 올랐다”며 “배추를 사서 직접 김치를 담그는데 올해는 너무 비싸져서 걱정”이라고 했다. 소비자들도 당황스럽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김모 씨는 “장을 볼 때 늘 배추를 샀는데 최근에 2만원이 넘어간 것을 보고 배추 대신 고기를 샀다”며 “그 가격이면 굳이 배추를 사먹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우선 수급 안정을 위해 중국에서 신선배추를 수입할 계획이다. 오는 27일 수입배추 초도물량 16톤을 들여온 뒤 중국 상황을 보면서 수입물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에서는 가을배추 물량이 시장에 본격 출하되는 10월 중순부터는 가격이 안정세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랭지배추는 보통 10월 중순까지 물량이 나오는데 그 이후로 가을배추가 많은 물량으로 나오면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벼리·정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