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화학·한화 등 우호세력
24일 기자회견서 입장표명 예정
MBK “FI·SI 엑시트안 모호” 반격
지난 7월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재계 우군’ 결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최측근이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 회사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과 직접 만나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미국 명문인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학창 시절부터 두터운 친분을 이어왔다.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7.76%를 가진 한화그룹은 고려아연의 대표적인 우호 세력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한화를 중심으로 수소·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 등 신사업 분야에서 고려아연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자사주 7.3%와 고려아연 자사주 1.2%를 맞교환 한 바 있다.
한화그룹 측은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분야는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는 사업으로 이번 공개매수로 인해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미국 유학과 뉴욕주 변호사 활동 시절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등 재계 오너 2·3세들과 두루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과 LG화학 등 고려아연과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한 다른 대기업들도 우군으로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공급망 안정을 위해 고려아연과 강한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이다. LG화학 역시 2022년 2576억원 규모 자사주를 맞교환하고,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고려아연은 24일 MBK·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호세력 결집에 나선다. 회견에는 최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제중 부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이후 40년 넘게 온산제련소 운영을 이끌어 왔다.
회사 노조와 지자체, 일부 정치권 등도 고려아연 진영에 합류하고 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김두겸 울산시장에 이어 울산 상공계와 울주군,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도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이 대항공개매수를 진행해도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반격에 나섰다.
MBK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언론 보도 등에서 나온) 일본 소프트뱅크나 미국계 프라이빗에쿼티(PE)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한편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이 ‘최 회장의 독단적 경영으로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공세를 펴는 것과 관련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속내를 감추려는 ‘통계조작’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MBK 측이 앞서 지난 13일 공개매수 결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회사 주식 매수가를 전날 종가인 55만6000원 대비 19% 비싼 주당 66만원으로 책정한 것과 관련 “(MBK가) 공개매수 전 고려아연 자산과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추가로 공개매수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검토하면서도 밖으로는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과 경영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자기모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장기 신용등급 ‘AA+’를 받았다. 아울러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또한 기업어음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A1’을 받았다.
서재근·김은희·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