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김밥집 4일에 한 곳 폐업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K-푸드 열풍이 불면서 김밥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폐업하는 김밥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다.
2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냉동 김밥 수출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8월 수출된 냉동 김밥 물량은 7382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1708톤) 대비 332.2% 폭증했다. 같은 기간 역대 최대 물량이다.
김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뛰어나고 건강한 한 끼라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대표 K-푸드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도 김밥의 인기에 주목해 풀무원, 사조대림 등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김밥집이 점차 영업을 종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기준 폐업 점포 수는 2021년 66곳에서 2023년 82곳으로 2년 만에 24.2% 늘었다. 지난해 김밥집이 약 4일에 한 곳씩 문을 닫은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역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밥집 개수는 2016년 4만1726개에서 2020년 4만8822개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2021년 4만8898개로 76개(0.2%)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22년 4만6639개로 4.6% 감소했다. 2022년 한식과 제과제빵, 피자, 커피, 주점 가맹점 수가 모두 전년 대비 5~13%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식당가를 찾은 시민이 김밥 가격을 보고 있다. [연합] |
김밥 전문점에서는 올라가는 원재료비와 제반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마른김(중품) 중도매인 판매 가격은 1속(100장)당 1만780원으로 전년(6827원) 대비 57.9% 비싸다. 주재료인 김은 수출량이 증가하면서 재고가 부족해져 값이 올랐다. 같은 날 기준 시금치(중품, 4㎏)도 전년 대비 46.2% 오른 값을 기록하는 등 부재료 값 인상 폭도 만만치 않다.
업계는 김밥의 특성상 재료 준비에 손이 많이 가지만 들이는 비용만큼 남는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부담이 커지자 ‘바르다김선생’, ‘마녀김밥’ 등 주요 김밥 프랜차이즈는 올해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만큼 판매가를 크게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찾지 않고, 손해를 보고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커 결국 폐업을 선택하는 점포가 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비는 20~30%가량 올랐고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 비용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김밥집이 점차 사라지면서 대체 수요는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으로 일부 흡수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에 따르면 올해 김밥 매출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9월(22일 기준)까지 CU의 김밥류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3.2% 늘었다. 같은 기간 GS25는 24.3% 증가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각각 10%, 13%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