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지 가격 수용해야 갈아타기 가능
투자·거주 분리하고 입지조건 따져야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교수가 2일 ‘당신도 부동산 상급지 갈 수 있습니다’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제가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잘한 일은 1억1000만원에 산 집을 9000만원에 판 것입니다.”
‘반지하에서 반포아파트 입성하기’ 저자인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 플라츠에서 열린 ‘헤럴드 머니페스타 2024’에서 ‘당신도 부동산 상급지 갈 수 있습니다’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교수는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주택 가격이 높은 이른바 ‘상급지’에 집을 마련하려면, 손절매도 감수할 만한 과감한 갈아타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잘 못한 선택은 고향에 있는 26평 집을 1억1000만원에 산 것이지만, 가장 잘한 선택은 이를 9000만원에 판 것”이라며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상급지 갈아타기의 핵심은 내 집을 저렴하게 팔고, 상급지는 비싸게 사려는 마음가짐”이라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이 저평가된 게 아니며, 상급지 고가 주택이 좋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상급지로 이동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물가, 화폐가치보다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주택 가격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강연 중 발표 화면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을 띄웠다. 극중 이웃사촌으로 지내는 네 가족은 바둑기사 최택이 바둑대회에서 딴 5000만원 상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논의할 때, 한 배역이 “은마아파트 그게 한 5000만원 한다카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자 청중들 사이에선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교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79년 입주 당시엔 30평대가 약 2000만원으로, 3.3㎡당 분양가는 70만원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분양한 청담동 청담 르엘의 3.3㎡당 분양가는 72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년 주기로 평균 2배씩 뛰었다. 30년 주기로 1억짜리 집은 8억이, 2억짜리 집은 16억이, 5억짜리 집은 40억원이 됐다”며 “매년 7%씩 뛴 셈으로,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의 가치는 오른다”고 설명했다.
투자 기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우선 ‘투자’와 ‘거주’를 분리할 것을 당부했다. 어디서 태어나 생활하고, 향후 어느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가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 부동산 위주로 투자하는 관성을 깨야 한단 것이다. 이 교수는 “내가 머물러야 하는 곳이 투자 가치가 없다면 그곳은 전월세로 살고, 투자 지역 부동산은 갭투자 등으로 소유해야 한다”고 했다.
입지 요건에 대해선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역세권, 대단지, 한강변 인근 주택, 신축 아파트를 꼽았다.
특히 역세권 요건에 대해선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멀지 않더라도 오르막길이 있어 숨이 벅차는 곳보다는 ‘평탄성’까지 갖춘 곳이 진정한 역세권”이라고 했다.
한강변 입지와 관련해선 “이젠 서울이 강북과 강남이 아니라, 한강을 기점으로 가까운 북쪽과 남쪽이 강세”라며 “서울은 남북으로 연결된 도로망이 거의 없고, 수평축인 동서 방향으로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밖에 갈아타기 주기에 대해선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즉 4년마다 한 번씩 사고팔며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 좋다”며 “이런 절세 혜택을 반복 활용한 상급지 갈아타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렵지 않게 풀어낸 점이 호응을 얻었다. 강연을 들은 한 30대 남성은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기 전이나,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조언을 얻어 좋았다”며 “갈아타기나 투자 관점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활용해 좀 더 후회 없는 투자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