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00㎞ 주행에도 40% 남는 게이지
가격·친환경 모두 책임진 ‘가성비車’ 엄지척
“토션빔 이슈는 옛말”…승차감도 준수
르노자동차 아르카나 외관. [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차량이 ‘탈 것’ 이상의 의미인 국내 시장에서 ‘엠블럼’이 제공하는 메시지는 남다르다. 단순히 각 모델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측면을 넘어,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역사와 신뢰감이 차량의 오너에도 이입되는 것만 같다. 각 브랜드가 상징성을 갖는 엠블럼을 쉽게 변경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르노자동차가 최근 엠블럼을 교체하는 도전에 나섰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했던 ‘태풍의 눈 모양’ 엠블럼을 해외 수출 차량에 부착하는 르노글로벌의 ‘로장주’(losange)로 변경한 것이다.

동시에 르노코리아자동차 시절부터 ‘스테디셀러’ 모델로 자리매김해온 XM3의 판매명도 ‘아르카나’(ARKANA)로 변경했다.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혁신적 변주를 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한 자신감의 기반에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 르노자동차 2025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전북 군산시까지 왕복 약 588㎞를 주행하면서 차량의 매력을 살펴봤다.

첫 인상에서 단연 눈에 들어온 것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새롭게’ 수놓는 로장주 엠블럼이었다. 기존 태풍의 눈 엠블럼도 세련된 느낌이었지만, 더욱 각진 느낌에 차량에 날렵한 인상을 더하는 것만 같았다. 차 후면부 엠블럼 아래는 차량명 아르카나의 영문 이니셜을 새기면서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르노자동차 아르카나 외관. [김성우 기자]
르노자동차 아르카나 외관. [김성우 기자]
르노자동차 아르카나 외관. [김성우 기자]

전체적인 차량 외관은 기존 XM3 시절의 형상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전장 4570㎜, 전고는 1570㎜, 전폭 1820㎜, 휠베이스 2720㎜의 기본 제원은 경쟁사 SUV차 못지 않은 여유로는 헤드룸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낮게 깔리는 듯한 안정적인 승차감은 세단 자동차에 필적할 수준이다. 적재공간에도 신경쓰면서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최대 사이즈인 487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장시간 주행으로 이뤄졌던 이날 시승 과정에서는 차량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나타났다.

우선 장점은 압도적인 연비와 경제성이다. 구동계는 36㎾m의 구동 전기모터와 발전 기능을 겸하는 15㎾의 고전압 시동모터가 결합된 듀얼 모터 시스템에 1.6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형태다. 하이브리드차량 답게 승차감이 조용하고, 효율성도 뛰어나다.

실제 시승해보면 계기반 우측 하단의 배터리 게이지가 수시로 충전과 사용을 반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차량이 기름을 쓰지 않고 전기차 모드로만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잔여 용량과 운행 속도에 따라 100% 전기차 모드 선택이 가능한 EV 버튼을 켜면 연료 소비없이도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구동계에 결합된 클러치 없는 멀티모드 기어박스는 차량의 에너지 효율을 더욱 넢이는 존재다.

연료가 가득찬 상황에서 주행가능거리는 920㎞였다. 차량의 공인 복합 연비는 17.4㎞/ℓ, 도심구간 연비는 17.5㎞/ℓ, 고속도로 연비는 17.3㎞/ℓ인데, 실제 정체구간이 포함됐던 이번 시승에서는 복합연비는 16.8㎞/ℓ 수준으로, 주행을 마친 후에도 연료게이지는 40% 수준을 가리키고 있었다.

르노자동차 아르카나 외관. [김성우 기자]

승차감도 준수한 편이다. 이날 오랜 시간 주행에도 많은 피로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차량 2열 하부에 탑재된 토션빔 서스펜션도 직접 체험해보니, 과거 ‘통통 튄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요철구간에서도 낮고 딱딱하게 지면을 통과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통과가 가능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여전히 적응이 어려운 인터페이스 기능이다. 우선 차량의 대시보드 중앙에 10.25인치 센터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데 세로 형태로 내비를 보기 편리하고 터치감도 이전 모델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작동법이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량의 연비 체크도 쉽게 하기 어렵고, 주행모드 선택이나 블루투스 연결 등도 직접 사용하기엔 낯설거나 불편했다. 특히 주행중 빠른 시간안에 옵션 조작이 필요할 때는 종종 난처한 상황에 봉착하기도 했다. 주행 중 오류 탓인지 디스플레이가 꺼지는 경우도 있었다. 에코(Eco)와 스포츠(Sport), 마이센스(My Sense)로 구성되는 주행 조작기능도 실제 체험해보니 아직은 낯설었다.

하지만 실제 차량을 구입하게 될 데일리 유저에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대목이다. 이같은 차량 조작이 익숙해질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은 차량의 매력도를 더욱 높이는 대목이다. 르노자동차 아르카나 E-테크는 하이브리드 차량임에도 테크노 모델 기준 판매가가 2845만원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친환경차 관련 혜택들은 덤이다. 경쟁사 모델들이 동급에 최소 300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선택한 점을 감안했을 때 가격은 더욱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은 하이브리드차에 입문을 원하는 사회초년생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상용 세컨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도 적합해 보인다.

르노 아르카나 센터디스플레이.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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