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등장과 몰락에 대해 다룬 책 고잉 인피니트는 샘 뱅크먼 프리드가 FTX보다 먼저 설립한 트레이딩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초창기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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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메다 리서치는 2017년과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일 때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초기부터 거래는 혼돈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처음 두달 동안 번 돈의 대부분이 단 두건의 매매에서 발생했다. 비트코인의 수요가 광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이한 왜곡이 일어났다. 2017년 12월 한국의 소매 투기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을 미국 거래소보다 20퍼센트 높은 수준까지 밀어올렸으며 격차가 더 벌어질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 암호화폐를 매도하는 동시에 한국 외부에서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기회를 거머쥘 기회였다. 하지만 말처럼 간단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우선 한국의 거래소에 암호화폐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인이어야 했다. 니샤드는 한 졸업생 친구가 한국에 있는 것을 발견해 그의 이름으로 매매했다고 떠올렸다. 나중에 니샤드는 "불법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을 한다고 해서 뒤를 쫓을 사람이 있는가?라면서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
현실적인 걸림돌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한국인으로 가장하며 매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인이 중앙은행의 허락 없이 1만달러 이상의 원화를 매도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이었다. 한국인 졸업생을 찾아 매매를 하더라도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거액의 원화가 한국에 남아 있는데, 미국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액의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거래를 매듭지을 수 없었다. 이상적으로는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해 원화를 확보한 다음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달러로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그 비트코인을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좋았다. 그러면 수중에 비트코인이 남지 않으면서도 매매로 20퍼센트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원화 매도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샘은 엉뚱하다 싶은 것들까지 포함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했다.
"샘은 초대형 여행긱를 사서 각각 1만달러 규모의 원화가 들어 있는 서류 가방이 든 한국인들로 가득 채운 다음 서울과 일본의 작은 섬을 오게가 하는 방안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확장성이 없다는게 문제였다고 샘은 말했다. "시도할 가치가 있으려면 하루에 1만명의 한국인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이목을 끌 것이므로 계획을 계속 실행할 수 없을게 뻔했다. 한국은행이 한국인 1만명이 원화가 가득 든 서류 가방을 들고 오가는 것을 알게 되면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고 있군하고 관심을 가질테니까."
"하지만 포기하기 아까운 계획이기는 했다. 심지어 한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보다 50퍼센트 비싸게 팔리는 순간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화폐도 필요없다. 그저 한국 외부에서 판매해 거객의 달러를 얻을 수 있는 물건을 원화로 대량 매수하기만 하면 된다. 짐시나마 샘은 타이레놀을 수출입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봤다. 한국에서 원화로 타이레놀을 구매한 다음 미국에서 판매해 달러로 바꾸는 것이었다."
답은 리플에서 찾았다.
"샘과 다른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은 이런식의 아이디어 10여가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리플은 선택했다. 리플넷은 2012년 암호화폐 기업가들이 만든 플랫폼으로 비트코인에 기대되는 역할을 일상적인 금융 활동에서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리플의 코인인 XRP는 유지하는데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비트코인과 달리 이론상 탄소 중립적이라는 점이 주된 장점이었다. 다만 현실에서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커서 베팅하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 매력 요인이었다 2017년말 많은 사람들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XRP를 거래했다. 한국의 거래소와 미국의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XRP의 프리미엄 차이는 비트코인보다 더 컸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미국보다 20퍼센트 더 비싸게 거래될 때 리플 코인은 25퍼센트 이상 더 비쌌다. 리플은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비정상성을 이용할 길을 터줬다. 한국에서 XRP을 매도해 확보한 원화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비트코인을 미국으로 보내 매도해서 달러를 마련한 다음 그 달러로 XRP를 매수해 한국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비트코인은 한국에서 미국보다 20퍼센트 더 비싸게 거래되었지만 리플 토큰에서 얻은 25퍼센트의 수익으로 충분히 매수할 수 있었다. 거래에서 기대되는 수익률리 당초 20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줄어들지만 제인 스트리트의 기준으로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유일한 위험이라면 매매에 5~30초가 소요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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