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구직 플랫폼을 통해 자전거래, 마켓메이킹 등에 쓰이는 가상자산 매매 자동화 프로그램이 판매되고 있다.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매매 봇을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악용해 매매를 체결한 당사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진: 크몽 갈무리]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가상자산 매매 자동화 프로그램(봇)이 프리랜서 구인구직 플랫폼 등을 통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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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런 프로그램은 'MM(마켓메이킹)봇', '자전(자전거래)봇' 등으로 불리며 판매되고 있다.
한 사이트에서 주식·암호화폐 자동 트레이딩 봇을 개발한다는 A업체는 "API를 제공하는 모든 거래소에서 지원이 가능하다. 특정 코인 추종부터 매수벽, 매도벽을 비롯한 오더북(매수·매도 주문목록) 세팅과 사용자 지정 동작까지 기본 옵션이 있다. 재단별 요구사항이 있을 때 수용 가능하다"며 홍보하고 있다.
토큰 프로젝트를 개발한다는 B씨는 "거래소 최초 상장 후 북 오더를 설정해야 한다. 일정한 거래량을 매일 발행해야 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이 자동 매매 봇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거래량을 만들고 매수 매도를 체결하는 봇이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매매 봇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공개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거나, 매도만 또는 매수만 반복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짠다.
한 가상자산 매매 봇 개발 업체가 API를 제공하는 모든 거래소 지원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 크몽 갈무리]
API 연동 자동매매는 증권 시장에서도 흔히 쓰이는 거래 방식이다. 전문 투자자들이 매수와 매도 시점 등을 계산해 이를 알고리즘화한 뒤 자동화시켜 수익을 내는 것이다. 다만 국내 증권 시장에서 API 연동 방식의 매매는 법인에게만 허용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탈중앙화 특성으로 개인간거래(P2P)가 중요해 개인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동매매가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C라는 가상자산이 상장된 뒤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 확보가 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자전거래 봇으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 의도적으로 가격과 거래량을 띄운 다음 이를 보고 유입된 다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양도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자산 매매 봇을 활용한 시세조종 행위는 이용자보호법 시행과 동시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작, 판매, 사용하는 것만으론 불법이 아니고, 시세조종에 사용한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짜서 시세조종이나 안좋은 의미의 MM 등에 활용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API 주문은 모든 사용자들에게 열려있는 거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고 그걸로 시세조종을 하면 제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세조종이 목적이 아닌 단순 거래량 확보에도 가상자산 매매 봇은 사용될 수 있다. 코인 발행재단과 같이 특정 가상자산이 활성화됨으로써 이익을 얻는 게 가능한 집단이 자전거래를 주도하는 경우다. 만약 재단이 봇을 사용해 거래량 뻥튀기, 시세조종 등을 했다면 각각 미공개정보 이용 매매, 시세조종 매매에 해당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차 제재 대상은 시세조종의 경우 실제 거래소의 회원 계정을 가지고 주문을 체결한 사람이고, 시세조종 행위 포착 후 자금출처 등을 보면 공모 여부를 확인 가능하다"라며 "이용자보호법에서도 자기 발행 코인 매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차명 거래 등을 금지하고 있으니 재단이 시세조종에 연관된 경우 처벌 대상이 되기 쉽다"고 안내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업계는이용자보호법 시행과 무관하게 이미 자동매매 관련 이상거래를 감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들은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상거래를 상시감시해 의심거래를 금융당국으로 통보해야 한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봇을 돌리는 게 보이는 코인들이 있는 걸로 안다"며 "이용자보호법 시행과 무관하게 감시를 통해 관련 케이스들을 잡고 있었고, 원화 거래소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이상거래 탐지 룰을 만들 때 반복되는 거래 패턴을 잡아내는 기법도 있어 프로그램을 통한 자동매매는 사람보다는 걸러내기 쉬울 것"이라고 전했다.
[db:圖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