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이자와 중개 수수료 커지자 비용 절감
셀프 등기, 서류 누락이나 사기·위조 위험도
서울의 부동산에 부착돼 있는 매물 정보. [연합]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주택 매수자가 법무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는 ‘셀프 등기’가 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매수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대출 이자와 중개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고육지책을 짜낸 것이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매수인이 직접 등기를 신고한 건수는 3231건으로 전월(2325건) 대비 39% 늘었다. 1년 전인 작년 10월(2657건)과 비교하면 21% 증가했다. 전체 소유권이전등기 중 셀프 등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0.85%로 전월(0.62%)보다 0.23% 뛰었다. 셀프 등기를 하는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법무사 수수료를 절감해 매매와 관련한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급등하면서 등기 대행 수수료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법무사 수임료는 주택 가격의 0.1% 수준이다. 대한법무사협회의 ‘법무사 보수기준’에 따라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10억240만원·10월 기준) 아파트를 매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법무사 대행 비용은 95만1200원 가량이다. 기본 보수 95만원에 10억원 초과액의 0.05%를 더한 값이다.
여기에 보수 부가세 9만5120원, 법무사 일당 8만원, 법무사 교통실비 8만원, 등기·신고 대행 5만원, 세금 신고·납부 대행 5만원, 채권매입 대행 4만원 등 각종 비용을 합하면 법무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총 보수액은 134만6320만원으로 계산된다. 법무사나 지역별로 액수 차이가 있지만, 100만원대 비용을 지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셀프 등기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를 매수하며 셀프 등기를 한 30대 직장인 A씨는 “아파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무사 선임 비용을 알아보니 40~50만원 수준이었고,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셀프 등기를 했다”라며 “카페나 블로그에 셀프 등기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있고 여러 서류를 인쇄해 등기소를 방문해보니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셀프 등기에 앞서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못해 신청서를 다시 작성하라는 보정명령이 나오면 등기신청이 지연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매물에 대한 가압류나 가처분 등 권리관계가 들어올 수 있어서다. 권리관계나 세금 문제가 복잡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엔 셀프 등기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은행은 대출자의 미숙한 처리로 등기 사고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법무사 선임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김기태 법무사는 “온라인에선 셀프 등기의 편리성을 강조하지만, 사기나 위조 문제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실제로 대출기관에서 셀프 등기를 진행한 매수인에게 대출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문서 작성, 도장 날인, 신고 및 납부 과정이 단순해 보이지만 신분 확인이나 문서 위조 판단, 법률적 침해 예방 등 복잡한 절차가 포함된다”며 “법무사는 이런 과정에서 위험을 방지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